화장 20만·소각 5만원 4배 차이
‘36주낙태 유튜버’ 수술 병원도
수사압박에 급히 화장했을 가능성


‘36주 낙태 영상’에서 수술을 진행한 병원 원장이 “수술 전 아이가 배 속에서 이미 사산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병원 측이 수술 후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사산아를 보관하다 뒤늦게 태아를 화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산증명서에 사산 원인은 ‘자연사산 인공임신중절’로 표기한 가운데 경찰은 허위로 작성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낙태 영상을 올린 유튜버와 수술을 주도한 병원 원장 외에 수술에 참여한 의료진 4명을 살인방조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사산증명서와 화장증명서는 원장과 화장업체가 실제로 발급했으며 각각 6월 25일, 7월 13일 발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후 화장까지 18일이 소요된 셈인데, 그 기간 동안 태아는 병원에 보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관 이유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장사법에 따르면 임신 16주 이전 사산아는 의료폐기물로 간주돼 처리된다. 반면 임신 16주 이후 사산아는 시신으로 보고 사산증명서를 화장업체에 제출한 뒤 반드시 화장 또는 매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낙태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 관계자들은 임신중절수술이 합법도 불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물면서 사산아를 폐기물로 처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낙태죄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됐지만, 국회는 관련 법 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 산부인과 관계자는 “업체를 통한 화장은 20만 원 정도인 반면 폐기물 업체를 통해 소각 처리하면 5만∼6만 원대에 처리할 수 있다”며 “비용과 기록 등 문제로 암암리에 태아를 폐기물과 함께 처리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사건 역시 수술과 화장 사이 간격이 긴 것으로 보아 병원이 태아를 폐기물로 처리하려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사산아를 급하게 화장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산증명서를 제출하고 공식 업체를 통해 화장을 하는 병원들 중에도 사산 사유에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산부인과 관계자는 “증명서에 임신 주수와 사산 사유, 중절 시 중절 사유까지 적어야 하다 보니 의료진들이 부담을 느껴 낙태를 해도 인공임신중절로 표기하지 않는다”며 “법도 가이드라인도 없는 임의적 상황이 의료진과 환자에게 피해를 주고 사산된 태아의 마지막 길 또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율·노지운 기자
조율
노지운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