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최우찬(33)·홍예슬(여·32) 부부
무대 조명감독으로 일하던 저(우찬)는 한 뮤지컬 공연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아내는 집안 사정으로 활동을 쉬다가 그 작품을 계기로 복귀한 배우였어요. 아내의 첫인상은 딱히 좋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공연해야 하는 프로배우가 팔에 ‘타투’를 한 게 마땅찮았어요. 나중에 사연을 들어보니,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님과의 사진을 새긴 거라고 하더라고요. 실질적으로 가장 노릇을 하게 되면서 잠시 뮤지컬 배우란 꿈을 놓으면서도 가족을 잊지 말자는 일종의 다짐이었다고요.
아내는 애교가 많은 데다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 연기로 절 웃길 때가 많았어요. 엘리베이터를 탈 때 재밌는 마술을 보여준다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에 맞춰 “열려라, 참깨”를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서로 메시지로 연락만 주고받다 공연을 마무리하고 식사를 함께했는데요. 너무 떨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이에 반해 아내는 정말 편하게 이야기해서 ‘나만 안달이 났나?’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하지만 몇 번의 만남 끝에 서로의 호감을 확인했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됐습니다.
하루는 아내가 응급실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검사 결과 A형 간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전염될 가능성이 있으니 병실에 보호자가 동행하지 않는 것을 권했는데요. 저는 “계속 함께 있었으니 걸리려면 이미 걸렸을 거다”라며 방호복을 입고 아내의 곁을 지켰습니다. 아내는 이 일이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해요.
결혼하고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가장 감사한 건 제 투자 실패를 너그러이 용서해준 거였어요. 전 자가에 대한 꿈이 커 무리해서 신혼집을 마련했거든요. 그런데, 집값이 반 토막이 난 거예요. 아내에게 고집부려 미안하다 했더니 아내는 돈은 또 벌면 된다며 “기죽지 마!”라고 격려해주더라고요. 이런 아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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