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지난 22일 보고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자 검찰총장은 이 결론을 심의하기 위한 위원회를 직권으로 소집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이다.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은 검찰총장이 위촉하며, 위원장과 부위원장도 검찰총장이 지명하도록 돼 있다.
위원의 수가 워낙 많아서 구체적 사안에 대한 심의는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해서 진행한다. 현안위원의 선정은 무작위 추첨으로 이뤄진다. 애초 150명 이상의 심의위원을 위촉할 때부터 위원 선정은 특정 지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은 위원으로 위촉할 수 없다. 규정대로 된다면 위원회 구성의 절차적 공정성은 대략 확보될 수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있었던 심의위의 결과를 보면 검찰의 결론을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규정상 사건 주임검사는 위원회의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 이 말의 뜻은 위원회의 심의 의견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해서 내린 결론과 반대되는 위원회의 권고가 15번의 심의 중 4차례 있었다. 특이한 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서 위원회가 기소 의견을 전달한 경우에는 그 권고를 수용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위원회의 결론을 무시했다는 사실이다. 검찰로서 보면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심의위에서 기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다면, 기소 처분으로 결론을 바꾸는 것이 안전한 일이다. 어차피 법원에서 잘 검토해 적절한 결론을 내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의 맥락은 기소로 결론 내린 사건에 대해서 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작동된다. 검찰 입장으로서는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건을 위원회 권고 때문에 불기소 처분 하게 되면, 처벌돼야 할 사람이 처벌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 그 반대의 위험도 있지만, 그 부분은 법원에서 잘 판단해 줄 것이다. 더구나 기소해야만 할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검찰로서 양심에 위배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을 내렸으니, 위원회가 어떠한 결론을 내리든 검찰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모든 비판에서 벗어날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재영 목사가 건넨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김 여사가 받았다는 이 사건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잘 이해가 안 된다. 우선, 성직자가 자신의 지인(知人)을 곤경에 빠뜨릴 목적으로 선물을 들고 가서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인이 준다고 받은 대통령의 배우자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아우성이 심해져서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검찰은 피의자를 소환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등 공정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행위를 했다. 다만,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달라진 검찰의 모습에서 위안을 삼는다. 하는 김에 겉으로 보기에도 공정무사(公正無私)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금상첨화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