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5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고, 결혼도 생각하면서 만났지만 그동안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고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헤어지자고 말했지만, 남자친구는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왔고 거짓말은 잘못이지만 99%가 진실이었는데 왜 그 정도도 용서하지 못하냐고 제게 너무 한다고 말하는 상태입니다. 같이 한 일이 너무나 많고, 함께 간 곳이 많기 때문에 헤어지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하루 종일 눈물이 나는 상태라면 아직 이별할 때가 아닌 것일까요? 어떤 친구는 덜 데였고 아직 마음이 식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저도 좋은 점들이 생각나서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헤어질 수 있을까요?
A : 고통없는 이별은 환상일뿐… 잘 견디는 법 먼저 생각을
▶▶ 솔루션
일례로 예전 연인에 대해 얘기하며 ‘안 좋게 헤어졌다’고 많이 말하는데, 사실 좋게 헤어지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만약 헤어지려고 결심했을 때, 아쉬움이 하나도 없는 관계라면 오히려 그 관계가 무의미한 것입니다. 굳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낼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 바로 내가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온 이유일 것입니다. 아쉽다고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래도 연애할 때 최선을 다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구나”라며 “잘했다”고 스스로 격려해주는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헤어지는 과정이 끝나고 나서도 가끔 과거를 떠올리면 그리움이나 외로움에 눈물이 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 100% 후회를 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습니다. 후회를 아예 하지 않는 쪽이 아니라 후회를 훨씬 덜 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도대체 언제 헤어지면 후회가 없겠습니까?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상황, 즉 5년이란 오랜 기간을 만났다거나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연인에게 좋은 점이 있었다거나, 그런 점에 대해 본인 스스로 이해하고 보듬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아무런 눈물도 나지 않고, 감정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별을 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눈물이 난다고 해서 잘못 결정한 것도 아닙니다.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전학이나 이민, 죽음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우리는 이별을 겪게 됩니다. 이별은 고통스러운 것이며, 어떤 방식과 어떤 시기를 선택하든 슬픔이나 그리움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힘든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우리 삶의 목표는 아닙니다. 감정을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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