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이나 군인들이 지인 얼굴에 성인물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유행처럼 번져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부분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된다. 유명 대학 재학·졸업생들까지 가세한 딥페이크 범죄는 물론이고, 이른바 조주빈의 N번방,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범죄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뤄졌다. 최근 급증하는 마약 사범들도 텔레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마약을 사고팔아 적발하기도 어렵다. 이처럼 텔레그램이 성범죄와 마약 범죄는 물론이고 보이스피싱, 가짜뉴스, 폭력·테러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지만, 수사기관을 비롯한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사실상의 ‘법외(法外) 지대’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2013년 독일에서 출시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은 한국 검찰과 경찰의 성착취물 유포, 마약·자금세탁 등의 범죄 수사 과정에서 협조 요청이나 국제공조를 활용한 압수수색에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는 다른 업체와 대비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검·경 등 수사기관의 2만9167건의 압수수색에 응했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의 모회사인 메타도 지난해 압수수색을 포함해 정부기관 협조 요청에 3081건 응했다. 성착취물 등 불법 콘텐츠 유통 채널 폐쇄 조치에 적극적인 다른 메신저들과 달리 텔레그램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물론, 불법 촬영물 삭제 요구도 철저히 무시한다.

프랑스 검찰은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파벨 두로프를 포르노·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의 방치·공모, 범죄조직에 플랫폼 제공 등의 혐의로 29일 예비기소했는데, 한국도 그런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 입법도 시급하다. 불량 콘텐츠를 플랫폼 기업이 스스로 삭제토록 하고, 그런 조치 불이행을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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