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백현동 로비스트 2심도 重刑
판결문에 이재명과 친분 적시
李 배임 혐의 유죄 가능성 커져

선거법·위증교사 곧 1심 판결
피선거권 박탈刑 여부에 촉각
국민 저항 운운은 反법치 망언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의 성남시청 상대 인허가 로비스트 김인섭이 지난 23일 열린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전날 오후 발생한 경기 부천 호텔 화재 사망 사건 등 다른 대형 기사들에 묻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8·1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재선출되며 철옹성을 구축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겐 큰 타격이 불가피한 판결이다.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일약 4단계 용도 상향, 100%였던 임대주택 비율 10%로 축소, 인허가 조건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포기 등 이해할 수 없는 특혜 부여로 성남도개공에 200억 원대 손실을 끼치고 개발업자가 손쉽게 수천억 원을 벌게 하는 등 대장동 판박이 사건에서 검찰 기소 혐의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거의 그대로 인정됨에 따라 이 대표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은 개발업자와 동업관계도 아닌 김인섭에게 77억 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거액이 지급된 건 불가능에 가깝던 사업허가를 받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엄청난 특혜까지 얻어낸 때문으로 보면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및 그의 핵심 측근 정진상 성남시 정책실장과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한 로비 성공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인섭이 이재명, 정진상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백현동 개발사업에 관한 대관 업무를 맡았다”며 “공무원 직무의 공정성과 국민 신뢰를 해하는 죄질이 불량한 범죄”라고 했다. 이 대표를 질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대표의 첫 성남시장 선거 도전 당시 선대본부장도 한 초기 측근 ‘인섭이 형’의 중형 선고로 같은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지난해 10월 기소된 이 대표 유죄 선고 가능성도 커졌다.

징역 9년6개월이 선고된 이화영 경기도 전 평화부지사 1심 판결을 앞두고 변호인 등이 ‘이화영의 유죄는 이재명의 유죄’라고 재판부를 압박하던 것과 구조가 유사하다. 사실 이 대표 측은 이화영 중형 선고 전후부터 평정심을 크게 잃기 시작했다. 유죄 선고를 예상한 듯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의 검찰 진술이 술자리 회유에 의한 조작이라며 신빙성 떨어지는 시나리오로 흠집 내기를 시도했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이화영 판결 한 달 뒤인 지난 7월에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도 징역 2년6개월 유죄가 선고되는 등 두 재판 모두에서 100억 원의 대리 대북송금 사실이 인정됨에 따라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올해 6월 기소된 이 대표 유죄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이 대표가 중도 확장성에 방해 된다는 지적에도 85.4%의 지지율로 재선되고 최고위원 5명도 충성파로 채우며 ‘이재명 사당’을 완성한 것도 현실화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 방어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불법 대북송금 등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중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이르면 10∼11월에 내려질 예정이다. 이재명 충성 경연으로 당선된 최고위원들이 법원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법부를 겁박하고 나선 것도 유죄 선고를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때 몰랐다고 한 것과 백현동 토지구역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라고 한 2개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국토부와 성남시의 문서와 당시 시청 공무원들의 증언이 많아 민주당의 허세 같은 장담과 달리 유죄판결이 나올 공산이 크다.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된 위증교사는 야당 대표라고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조차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을 정도니 더욱 그렇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피선거권 박탈 선고 땐)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국회의원이자 국회 제1당 지도부가 했다고 믿기 힘든 망언이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사법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 기세의 문제”라고 했다. 171석이란 국회 다수 의석을 무기로 법원과 판사를 위협한 것으로, 삼권분립과 법치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헌법 위반적 망발이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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