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 영국대사 "포럼 참석 거부" 선언…행사 전 논란만 커져
국제한반도포럼 나흘 앞두고 부랴부랴 여성 패널 1명→7명 확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남성으로 편중된 패널 구성을 비판하며 참석을 거부한 통일부 주최 국제 포럼에 여성 연사가 뒤늦게 보강됐다. ‘국제 망신’으로 커질 조짐을 보이자 뒷북 조치를 한 것인데, 통일부가 이번 포럼에서만 불가피하게 여성 연사를 섭외하지 못한 것인지 행사 준비가 부실했던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31일 통일부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리는 ‘2024 국제한반도포럼(GKF)’의 토론 세션 패널로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등 여성 6명이 급하게 추가됐다. 새롭게 참여하게 된 여성 전문가 6명의 이름은 포럼 웹사이트 ‘참여연사’ 페이지에 추가됐다. 이에 따라 여성 패널은 기존 1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패널 수도 27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패널 중 여성 비율은 5%에서 26%로 확대됐다. 기존엔 천자현 연세대 교수를 제외하면 20명이 남성이었다.
통일부가 국제포럼을 불과 나흘 앞두고 여성 전문가를 긴급 수혈한 것은,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가 연사의 남성 편중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 행사 참석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주한 영국대사관은 지난 28일 "다음 주에 개최될 2024 국제한반도포럼에 크룩스 대사의 참여가 어렵다"며 "주한영국대사관은 성평등의 가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통일부는 영국대사관의 입장에 대해 "성별·국적 등에 상관없이 두루 후보군을 선정해 접촉했으나 여러 사유로 인해 여성 전문가들이 참석 불가를 통보해 불가피하게 이번 포럼은 다수의 남성 연사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룩스 대사의 ‘포럼 보이콧’이 국내를 넘어 해외 언론에도 다수 보도되면서 통일부의 남성 편중 패널 구성이 국제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해외에서는 통일부의 "여성 스피커 섭외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에 대한 반감이 특히 크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준비한 국제포럼 행사 취지는 묻히고 비판만 받게되자, 통일부는 뒤늦게 여성 패널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제한반도포럼은 통일부가 ‘한반도국제포럼’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부터 매년 개최한 행사로, 한반도 정세와 평화통일을 논의하는 장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통일부는 이번 포럼에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 외에 북한 문제와 통일 담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일부 주한 외교단에도 참석을 요청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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