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MBC에서 50부작으로 방영한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이 평균 시청률 22%의 대박을 쳤다. 보석회사 회장댁과 평범한 소시민 가족의 구성원들이 얽히고설켜 갈등하고 화합하는 내용으로,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다. 필자 같은 소시민이 접할 수 없고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러운 허구의 세계지만, 가족 구성원 사이의 짠하면서도 따뜻한 디테일을 잘 담아냈다.

회장에겐 세 명의 부인이 있다. 조강지처는 쫓겨나 소시민 동네에 살고 있고, 두 번째 부인이 청담동 본가를 차지했으며, 세 번째 부인은 판교에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드라마에서 세 아들은 두 번째 부인을 청담동 어머니로, 세 번째 부인을 판교 어머니로 부른다. 청담동은 압구정동과 더불어 강남 최고 부촌의 이미지가 확고한 지명이고, 판교는 신도시의 고급 이미지가 있지만 아직 청담동엔 미치지 못한 지명이다. 드라마 작가가 회장댁의 복잡한 서열 및 갈등 구조를 지명의 공간 이미지로 잘 구성했다.

청담동의 우리말 지명은 청숫골이었다. 옛날에는 연못을 ‘소’나 ‘쏘’로 부르는 경우가 꽤 있었다. 마을 앞의 한강이 맑고 잔잔한 ‘소’ 같아서, 또는 마을에 맑고 잔잔한 ‘소’가 있어서 청숫골 또는 숫골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필자는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고, 둘 다 틀릴 수도 있다고 본다. 청수를 한자 淸(맑을 청)의 소리와 潭(못·소 담)의 뜻을 빌려 淸潭이라 표기했고, 지금은 한자의 소리인 청담동으로 부르고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 검색해 보니 청담동에 청숫골이란 이름을 붙인 뷔페, 한식점, 정육점이 있어 반가웠다.

영남대로에 술막이 있던 판교의 우리말 지명은 너더리다. 운중천 위에 널(판자)로 만든 다리가 있었고, 그 널다리의 발음이 변해 너더리가 됐다. 한자 板(널 판)과 橋(다리 교)의 뜻을 빌려 板橋라고 썼고, 지금은 역시 한자의 소리인 판교로 부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꽤 있던 지명으로, 판교에서는 널다리교와 너더리육교의 이름에 살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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