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북촌 ‘미완성 식탁’

마카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익숙한 이름, ‘미완성 식탁’이 작년 말 8년여에 걸친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의 영업을 마치고, 북촌의 골목 안쪽으로 조용히 이전했습니다. 지도 앱에 콕 위치를 저장해 두고서 영 기회가 생기지 않다가 느지막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눈부신 늦여름의 햇살과 테라스 공간의 식물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마음을 따사롭게 어루만지는 기분마저 들게 한 행복한 오후의 디저트 타임이었습니다.

미완성 식탁은 마카롱이 유명하지만 갸토 또한 매력적인 맛과 향을 담아냅니다. 늘 예약 인파로 구매하기 힘들었던 예전에 비해 넉넉하게 제품을 준비하는지, 오프라인에서도 여유롭게 방문해 달콤한 행복을 즐길 수 있어 무척 흡족했습니다. 최창희 오너 셰프가 표현해내는 마카롱은 계절과 이야기를 고심해 매만진 재미를 줍니다. 매번 새로운 맛의 마카롱 출현이 반가운 이유입니다.

이번에 맛을 본 마카롱은 3가지 맛이었는데요. 그 중 첫 번째는 누룽지입니다. 마치 어릴 적 자주 사 먹던 누룽지 알사탕을 먹는 그 느낌이 친근하면서도 고소한 향과 단맛이 조화롭게 전해집니다. 또 다른 맛의 카테고리로 들어간 참기름 마카롱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국내산 예천 참깨로 만든 깨 프랄리네와 국내산 참기름으로 만든 이 마카롱은 응축된 고소함과 향이 황홀할 정도입니다. 경북 예천 오일장에 들렀을 때 보았던 참기름 집을 연상케 하는 그런 오감이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달까요.

무화과 요거트 마카롱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풍성한 요거트와 부드러운 발로나 화이트 초콜릿을 혼합해서 만든 크림을 중심으로 향신료를 넣고 포트 와인에 조린 무화과가 들어있는 이 마카롱은 크리미한 식감에 톡톡 터지는 무화과가 재미있는 위트처럼 작용합니다. 진하고 당도가 높은 포트 와인이나 디저트 와인과 페어링해도 아름다운 조합이 될 것 같습니다. 10∼15종류의 다채로운 맛의 마카롱을 고르는 재미도 있지만, 이왕 매장을 방문했으니 앉아서 갸토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크림 멜론 케이크도 무척 유혹적이었지만 고심 끝에 고른 갸토는 ‘Jardin 정원’이었습니다. 피스타치오 다쿠아즈를 바닥에 깔고 스파이스 피스타치오 무슬린 크림 위에 탐스러운 체리를 올린 메뉴였습니다. 통카빈을 좋아하는 편인데 피스타치오 무슬린 크림과 곁들이니 그 또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는 듯했습니다.

미완성 식탁 디저트들의 강점은 크림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세심하게 고민해서 더한 맛이나 향의 조합이 완성을 향해 가는 듯해서 매번 시즌 메뉴들을 기다리게 합니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술자들의 창의력 가득한 메뉴들과 아이디어들을 믿고 기대하게 만드는 브랜드의 힘은, 지난 9년간의 시간과 노력의 축적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66-1 / 0507-1351-2713. 월 휴무, 화-토 11:00-19:00, 일요일 11:00-18:00 www.instagram.com/incompletetable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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