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상태 악화에 도로 안전관리도 악영향

부채 38조… 하루 이자만 27억
4년뒤 자산比 부채 100% 돌파

도로 유지·보수비용 급증하는데
통행료 9년째 동결로 재정 악화
전문가 “점진적 인상 필요하다”


9년째 고속도로 통행료가 동결되면서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의 재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고속도로 통행료가 장기간 이어져 도로공사의 채무와 이자가 늘어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통행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노후화 등으로 고속도로 운영에 필수적인 안전투자비(유지관리비 및 시설개량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공사의 재무 악화는 자칫 국민 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4일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자 비용 등 주요 원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도로공사의 통행료 수입 원가보상률(기준 100%)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2019년만 해도 91.5%에 달했던 원가보상률이 지난해 78.0%까지 추락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각종 비용과 이자 비용 등 ‘총괄 원가’를 고려할 때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아도 도로공사가 현재 22% 안팎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민간 기업이라면 손실을 보면서 계속 영업을 할 수는 없겠지만, 공기업인 도로공사는 공익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손실을 감수하면서 영업 활동을 지속해왔다. 다만, 이제는 손실률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에 육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로공사가 원가보상률에 따른 통행료 요금 인상요인을 자체 분석한 결과, 2019년에는 9.3%였지만 지난해에는 28.2%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통행료를 28.2% 올려야 ‘본전’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인상을 하지 못해 도로공사에 부실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올리지 못한 통행료는 결국 도로공사의 부채로 쌓이면서 천문학적인 이자 비용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도로공사 부채는 2019년만 해도 29조4536억 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8조3391억 원으로 4년 만에 9조 원 가까이 늘었다. 한 해에 부채가 2조∼3조 원씩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공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도 2019년 81.1%였지만 지난해 87.3%까지 상승했고, 2028년에는 100%를 넘어선 100.9%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로공사가 통행료와 휴게소 임대 등을 통해 거둬들인 총수입은 4조5588억 원이었다. 반면 도로 운영비, 도로 건설 등을 위해 쓴 총지출은 10조693억 원이었다. 양자 간의 차이는 5조5105억 원에 달한다. 한 해에 총수입과 총지출을 비교한 결과 5조5000억 원이 넘는 돈이 부족할 경우 해당 기업이 ‘계속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리다. 언제, 어떤 방식일지가 미정일 뿐 반드시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밖에 없다. 도로공사의 부채 규모는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 중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다음으로 두 번째 규모이며, 하루 평균 이자로만 27억 원이 증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일 것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도로공사의 주 수입원인 고속도로 통행료가 원가보다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異見)이 없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6년 이후 올해까지 9년째 동결돼 왔다. 과거 인상 내역을 살펴보면 2004년 4.5%, 2006년 4.9%, 2011년 2.9%, 2015년 4.7%였다. 2015년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이 마지막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도로공사의 수입이 지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도로를 새로 만드는 것은 고사하고 유지 비용 충당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자칫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지난해 기준으로 도로시설 건설공사비지수가 2016년 대비 47%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도로 이용자 안전과 직결되는 노후 포장도로 비율은 2016년에 비해 2.5배, 노후 구조물 비율은 7배나 늘어났고, 현재 1990년 이전에 건설된 노선(전체의 21%, 874㎞)의 급속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후 도로나 구조물의 유지 관리와 시설 개량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면 자칫 국민의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우석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최근 건설·자재비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고속도로 유지·보수 비용 등이 많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통행료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만, 통행료는 국민의 고속도로 이용권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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