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최동규(39)·김유경(여·34) 부부

2013년 11월, 저(유경)는 한 통신사 콜센터에 상담직원으로 취직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새롭던 신입 시절, 회사에서 일을 가르쳐주는 센터 직원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남편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친절한 남편에게 호감이 생겨 알게 모르게 좋아하는 티를 내고 고백했는데…. 당시 남편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며 거절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에게 전화가 오는 거예요. 어리둥절한 채로 받았는데 남편이 “키우는 강아지가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좋아하던 분과의 연애가 이별로 끝난 상황이었고, 저 역시 남편에게 마음이 있어 적극적으로 구애했습니다. 끈질김이 통했던 걸까요? 남편과 2014년 7월 연인이 됐습니다.

‘이 사람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순간이 찾아왔어요. 저희 아버지께서 2018년에 암 진단을 받고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거든요. 모두 경황이 없는 와중에, 남편은 월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연차를 내가면서 3일 내내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조의금을 받아주고 운구도 도와주며 묵묵히 곁을 지키는 모습에 확신이 생겼어요. 이 남자는 더는 연인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확신요. 아빠께서 살아계실 때도 남편은 참 좋은 사윗감이었어요. 아빠도 남편을 썩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결혼 전부터 친척 모임에 데려가 “우리 동규가 최고”라면서 사위 될 거라고 한껏 자랑도 하셨답니다.

행복한 결혼식을 기대했는데, 마침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결혼식을 미뤄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결혼식 일주일 전에 모임 인원 제한이 완화된 거예요. 덕분에 넘치게 축하받으며 행복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고요. 당시에 저는 하늘에 계신 아빠가 도와주신 거라 믿으며, 정말 보란 듯이 잘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 우리 두 사람은 예쁜 딸과 함께 셋이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 마음속 1등은 남편이랍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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