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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나의 아버지 박래성(1932∼2021) <상>

큰오빠가 전화했다. “아부지, 폐렴 증세로 입원하셨다. 그리 알고 있거라.”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봄이었으니 병원 입원도 만만치가 않았다. 아버지는 코로나19 검사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흘간 격리되어 계셔야 했다.

아버지가 얼마 동안 입원 치료를 받으셔야 한다기에 휴가를 얻어 병문안을 갔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아버지는 완연한 환자가 되어 침대에 누워 계셨다. 금식 중이었다. 폐렴 증세가 있는데 음식이 들어가면 기도가 막힐 수 있으니, 물도 드실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입술이 마르면 거즈에 물을 축여드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룻밤을 간호하는 동안에 내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링거 주사액이 잘 들어가는지를 살피고, 입술이 마르지 않게 자주 젖은 거즈로 축여드리는 정도였다. 소변기를 달고 계신 아버지의 두 다리는 거죽만 남아 있어 뼈만 앙상했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닮았는지 건강하셨다. 경운기 사고로 갈비뼈에 금이 가서 입원한 적이 있었지만, 병환으로 입원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병이 날 겨를이 없었는지 모른다. 아픈 엄마를 오랫동안 병간호하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신의 몸은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엄마의 병간호에 온 힘을 다 쏟으셨다. 편안해야 할 노후를 그렇게 쉴 새 없이 엄마를 위해 이십 년 가까이 간호하며 사셨다. 그 세월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아버지는 대학병원에서 3주간 입원 후 퇴원하여 요양병원으로 옮겨 가셨다. 아버지가 거동하기가 불편하고 식사도 잘하지 못하니 옆에서 계속 지키며 간호해야만 하는데 그럴 사정이 되지 못해서 결정했다고 오빠는 전해 왔다. 가슴이 먹먹하고 슬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내가 나서서 모셔 오지 못하니 그냥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멀리서 상황 설명만 듣고서는 환자의 상태를 알기엔 역부족이었다.

그곳엔 다행히도 수간호사로 오래 일해 왔던 친척이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수시로 가족 단체 대화방에 아버지의 모습을 사진이나 문자로 알려주었다. 야윈 모습, 주무시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통화를 하고 싶어 아버지 핸드폰을 머리맡에 두게 했지만, 말씀을 못 하셨다. 그새 말문이 막히셨다. 삶을 모두 놓아 버리셨나. 설마 했는데 그럴 수가 있을까.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모든 기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평생을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사셨으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하실 말씀이 있으면 노트에 적어 봐 달라고도 해봤다. 손을 흔들며 없으시단다. 이미 모든 걸 체념한 것이었을까.

면회도 어려웠다. 그것도 겨우 면회를 미리 신청하고는 비대면으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손도 잡을 수도 없이 얼굴만 보며 인터폰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옆에서 간병인이 보조해서 추가 설명을 해주는 게 고작이었다. “아부지, 집에 가고 싶지요?” 내 물음에도 아버지는 눈물만 그렁그렁하셨다. 집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마지막으로 면회했을 때는 침대에 누운 채로였다. 나는 손만 흔들며 슬픔을 참으면서 쓸쓸하게 돌아왔다. 음식도 유동식으로만 호스를 통해 조금씩 투여한단다. 씹는 기능도 퇴화하니 맛을 못 느끼고, 언어도 퇴화할 수밖에 없었을 터였다.

막내딸 숙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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