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TK) 행정통합 논의가 무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 진행하는 건 무의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파탄을 선언했다. 홍 시장의 5월 17일 통합 제안에 이철우 경북지사가 호응한 지 102일 만이다. 홍 시장이 TK 통합 무산을 기자회견 등으로 밝히지 않고 SNS로 덜컥 선언한 가벼운 처신 등에 대한 비판도 나오지만,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였다.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 때 이 지사 제안으로 2019년 말부터 시작된 통합 논의는 2022년 당선된 홍 시장의 반대로 중단됐다. 홍 시장은 당시의 통합안인 ‘대구경북특별자치도’는 경북도에 대구시가 편입되는 방식이라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구경북특별시’ 안은 대구가 경북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면적이 압도적으로 넓고(경북 1만9036㎢, 대구 885㎢) 인구도 많은(경북 254만 명, 대구 237만 명) 경북이 흡수 통합되는 불만은 차치하고 무리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대구경북특별시 안은 서울시 자치행정을 모델 삼아 경북도 시군의 자치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이라 기초단체들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
대구청사, 경북청사(안동), 동부청사(포항) 3개 설치 안에도 경북의 불만이 컸다. 대구청사는 대구와 경북 11개 시군(경산·청도·영천·고령·성주·칠곡·의성·상주·구미·김천·청송), 경북청사는 7개 시군(안동·예천·문경·영양·영주·봉화·울진), 동부청사는 4개 시군(포항·경주·영덕·울릉)을 관할구역으로 정했는데, TK 491만 명 중 대구청사 관할 인구가 366만 명에 달한다. 경북의 땅과 인구, 권한 대부분을 대구에 뺏기는 ‘흡수 합병’을 주민투표도 거치지 않고 두 단체장의 의기투합과 시도의회 의결만으로 추진하겠다는 자체가 너무 안이했다.
농업 중심 왕조시대 산맥과 하천을 기준으로 나뉜 행정구역을 경제·생활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됐지만, 국회의원 및 자치단체장·지방의원 등 정치 기득권 때문에 답보 상태다. 17개 시도와 226개 시군구 체제는 행정의 비효율과 자원 낭비가 심각하다. 국가-시도-시군구의 3단계 행정체제를 2단계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한데, 지자체에 맡겨 될 일이 아니다. 여야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개혁으로 집권 경쟁을 벌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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