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中 경제 굴기 실패하자 核 굴기
미국도 군축 접고 핵 증강 대응
핵 공유와 전술핵 배치론 고조

북핵보다 위험한 중국 핵 폭주
대만침공 시 대한민국도 위험
핵 지정학 변화 선제 대응해야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의 핵 팽창이 심상치 않다. 시 주석이 집권을 시작한 2012년 200개 수준이던 핵탄두는 올해 500개가 됐고, 2030년에는 1000개가 될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전망한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 명분으로 내세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상’은 경제적 측면에서 어려워졌지만, 핵무력 측면에서만큼은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 3월 “2차 대전 이후 이런 위협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중국의 핵 증강에 우려를 표한 이유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8월 27일부터 사흘간 베이징(北京)을 방문, 시 주석 등을 만난 것은 중국의 급격한 핵 팽창에 대해 경고하면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설리번의 방중 후 미 정부 당국자가 “재앙과 같은 오판의 가능성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서 그런 기류가 읽힌다. 미·중 비확산 회의는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후 중단 상태다.

중국은 8월 초 제네바 핵확산금지조약(NPT)평가회의 준비위원회 회의에 ‘미국이 유럽에 제공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형 핵 공유나 아시아동맹국에 대한 핵우산은 NPT 위반이며 철폐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은 이 보고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의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 천명 주장도 담았다고 한다. 러시아와 밀착해 핵무기 양산에 나선 중국이 미국의 핵 정책까지 비판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맞짱 뜰 정도로 핵 무력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얘기다.

요즘 미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는 중국의 핵 팽창 대응책 마련이 화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제임스 리시 의원과 로저 워커 의원은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 앤드루 여 한국석좌와 에이미 넬슨 연구원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의 위험한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선 한국·일본과의 핵 공유 카드를 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거부 시 한일 핵무장까지 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워싱턴의 대중 강경 기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새로운 ‘핵 운용 지침’에 서명한 뒤 뚜렷해졌다. 협상을 통한 핵 감축을 추구하던 군축의 시대가 끝난 만큼 이제 북·중·러 권위주의 독재국의 핵 공갈에 맞서기 위해 핵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가 된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이후 30년간 지속된 북한 비핵화 목표가 올해 민주당·공화당 정강에서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핵도 협상 대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군비 증강을 통해 풀겠다는 신호다.

그간 우리 안보는 북핵에 과도하게 고정됐다. 북핵이 심각한 위협이긴 하지만, 미국 핵우산을 바탕으로 현무4 등 우리 군이 보유한 초강력 재래식 무기로 맞서면 대응이 가능하다. 강력한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확장억제가 작동하면 대남 핵 도발을 해도 승산이 없다는 것은 북한 김정은이 잘 알고 있다. 워싱턴선언에 따라 결성된 핵협의그룹(NCG)은 북한의 핵 공격 시 한미의 대응 방안을 담은 공동지침을 만들었고, 한미 연합연습에서도 북핵 반격 훈련이 포함됐다.

중국으로 안보 초점을 넓혀야 한다. 중국의 핵은 북핵보다 위험한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7일 문화미래리포트 발표 때 “대만 침공 시 중국은 미군 병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으로 한반도 주변 해역 공격에 나설 것”이라면서 “대만 유사시 한국도 전쟁에 말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의 남침 때 핵을 보유한 중국의 개입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국이 미국 핵우산을 NPT 위반이라 강변하는 것도 확장억제를 문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중국 핵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철 지난 안미경중 주장이나 “셰셰 하고 살면 된다”는 식의 굴종적 대중관으로는 중국의 위협을 해결할 수 없다. 미국의 중국 핵 억제 정책에 협력하면서 핵군축이 핵확장으로 전환되는 글로벌 변화를 담대하게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안보를 지키며 한국의 핵 역량 확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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