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국회 상임위도 못넘어
AI산업 등 경쟁력 하락 우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부문의 신규 투자가 확대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별법은 22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일본·중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기술 진보를 뒷받침할만한 탄탄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K-산업은 정치권에 발목 잡혀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성원·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은 지난달 19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산하 소위로 회부됐지만 해당 소위에선 상정이 불발됐다. 소위는 소속 의원 13명 중 위원장(김원이·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해 야당이 8명(더불어민주당 7·조국혁신당 1)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송전망 건설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은 별다른 쟁점이 없는데도 심의·논의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국회에서 정쟁에 휘말려 폐기된 데 이어 22대 들어서도 8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가 62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경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등 국가 첨단산업단지와 발전소를 잇는 345kV 이상의 송·변전 설비 적기 건설을 위해선 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050년까지 클러스터에 추가되는 전력 수요는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달한다. 정부는 2036년까지 대규모 전기를 공급하는 송배전망을 준공한다는 계획이나 지금 상태라면 대규모 투자를 해놓고도 전력 공급이 안 돼 공장을 못 돌리는 극단적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첨단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력망 확충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일본 전력 회사들은 반도체 공장 및 데이터센터 증설에 대응해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대형 변전소 18곳을 신·증설하기로 했다. 중국도 지난 7월 향후 6년 동안 8000억 달러(약 1070조 원)를 전력망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만 역시 2022년 9월 전력망에 총 5645억 대만달러(약 24조 원)를 10년에 걸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도 야당 몽니에 통과가 요원한 모양새다. 하루빨리 저장소 공사를 시작하지 않으면 6년 뒤 전력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해상풍력법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법을 연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미래 먹을거리인 AI 산업 육성을 위한 근거가 담긴 ‘AI 기본법’과 반도체 등 투자액 세액 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 등도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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