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이기재 양천구청장

평생학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평생학습은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의 교육과정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의 교육행정과 지자체의 일반행정이 별도의 체계로 기능하고 있다. 그 벽이 너무나 높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학교 밖과 철저히 분리되어 있고, 일반시민도 교육행정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가 맡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와 우리동네키움센터는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방과후학교나 늘봄학교와 많은 기능이 중복된다. 주거지역에서 꽤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학교의 운동장, 식당, 도서관 등은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청에서 학교의 벽을 허물기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학교 운동장조차 이용하기 쉽지 않다.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지자체에서 관장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학교 안팎의 평생학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상호 지원되도록 조정한다. 우리나라도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에서 교육행정을 통합해서 운영한다면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오랜 세월 별도로 운영되던 행정체계를 통합하기 쉽지 않다면 우선 기초지자체보다는 광역지자체에서 통합행정을 시행해 보자.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뽑는 선거제도부터 도입하는 것이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치 성향이 다른 경우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간극이 더 벌어지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광역지자체로 교육행정을 통합하지 못하더라도 러닝메이트로 뽑힌 기관장 간에는 긴밀한 협력체계가 유지될 수 있다.

통합행정이 매우 장기적인 과제라면 지금 당장 풀어야 할 문제들도 많다. 늘봄학교의 운영 주체, 지자체 교육지원 예산의 적정성, 학교 밖 교육 프로그램의 범위, 학교시설의 주민 활용방안 등 많은 현안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제도 개혁과 동시에 주민들의 높아진 평생학습 욕구를 해결해야 한다. 양천구는 올해 평생학습포털을 구축하여 운영 중이다. 그동안 57개 시설에서 운영 중인 2500여 개 프로그램을 하나의 포털에 모두 담아냈다. 이 포털을 통해 프로그램 열람에서부터 수강신청과 강의평가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학습수요와 공급의 적정성을 분석해서 주민만족도가 높고 미래지향적인 프로그램으로 조정해 가고 있다.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평생교육법이 제정된 지 25년이 지났다. 공급자 관점의 ‘교육’에서 수요자 관점의 ‘학습’으로 시각을 바꾸자는 담론도 보편적인 개념이 되었다. 그러나 평생학습 현장에서 지자체와 교육청의 줄다리기와 담벼락 치기는 여전하다. 평생학습을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 그에 맞는 행정체계도 함께 고민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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