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역 출구서 제막식
딸 구자명 작가 “선친 20주기에 표지석 제막식 하게 돼 각별” 소감 밝혀
시인 구상(具常·1919년 9월 16일∼2004년 5월 11일)을 기리는 ‘구상시인길’ 명예도로에 표지석이 설치됐다.(문화일보 5월 13일자 29면 보도)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동로 221~375 구간에 지정된 명예도로 ‘구상시인길’을 기념하기 위해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에 표지석을 설치하고, 5일 오후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구는 구상 시인의 선종 20주기를 추념하고, 30여 년간 영등포구에 거주하며 한강을 소재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여의동로 1553m 구간’을 명예도로로 지정했다. ‘구상시인길’은 63빌딩에서 마포대교 남단에 이르는 구간으로, 시인이 거주했던 여의도 시범 아파트를 포함해 그가 매일 산책하며 문학적 영감을 떠올린 장소 등이 포함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을 비롯해 구상 문학상, 한강 백일장 등 구상 시인 기념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는 이상국 (사)구상선생기념사업회장과 구상시인 기념 활동을 펼쳐온 박현우(국민의힘) 구의원, 구상시인의 딸인 구자명 작가 등 50여 명이 참석한다.
구자명 작가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친 20주기에 표지석 제막식을 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면서 “평생을 강 가까이 살면서 삶과 참을 사색했던 시인을 기념하는 길이 한 나라의 수도를 관통하는 강 둘레에 조성되니, 그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밝혔다(아래 소감 전문 게재).
한편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시인이 오랜 기간 영등포에 거주하며 한강을 소재로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집필하신 것을 구민들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김윤림 기자
<구자명 작가의 소감 전문>
선친 20주기에 여의도에 구상시인길이 제정되어 표지석 제막식을 앞두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평생을 강 가까이 살면서 삶과 참을 사색했던 시인을 기념하는 길이 한 나라의 수도를 관통하는 강 둘레에 조성되니, 그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선친은 누구보다 진지한 역사의식의 바탕 위에서 글을 쓰고 사회적 삶을 사셨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국가적 인물들과 교류하면서도 한번도 본인의 소신이나 정의감에 어긋나는 타협이나 자리(自利)를 도모한 적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시절인연으로 보는 불교적 관점을 품기도 했으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삶에서 ‘홀로’의 단독자적 측면을 중시하는 예술가적 본성 또한 깊었습니다. 하여, 늘 강을 보며 마음을 닦는 관수세심(觀水洗心)의 자세로 살고자 애썼습니다. 끊임없이 흐르며 시시각각 바뀌는 듯 보이는 강의 심연에는 근본적으로 변치 않는 섭리의 본질이 있다고 믿었기에 ‘저 너머’의 우주적 시간을 ‘지금 여기’서 보았습니다. 영원 속의 오늘, 오늘 속의 영원을 시로 노래하며….
선친이 조석으로 산책하며 작품 구상을 하고, 인간 삶을 관조하던 그 강가에 그의 이름이 붙여진 길이 생긴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그가 지금 여기서 ‘영원 속 오늘’ 속에 우리와 늘 함께하리란 기대가 뿌듯하게 차오르는 듯합니다. 그 길을 거니는 많은 이들이 그의 생애와 시에 관심을 갖게 되어, 평생동안 그가 말하고자 했던, 눈에 보이지 않으나 분명히 존재하는 ‘영원의 시간’을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너나없이 즉물적이고 가시적인 것에 매달리며 ‘스스로 만든 굴레’ 속에 시달리며 괴로운 이 시대에 ‘앉은 자리가 꽃자리’ 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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