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산업 생태계에 온기가 돈다. 국내외 수주 물량이 늘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300여 개 업체가 몰려 있는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원자력 업계가 일감 확대에 대비해 모처럼 투자·인력을 늘리는 등 활기를 띠고 있다. 탈원전 질곡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생하는 모습이 참으로 반갑다.
사상 최대인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가 결정적인 계기다. 특히, 최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주장하며 한국에 태클을 걸고 나선 것에 체코 정부가 “탈락 업체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K-원전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찜찜했던 요인을 털어내 더욱 고무적이다. 실제 세계가 인정하는 K-원전의 경쟁력은 이번 체코 수주전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당장 원전 건설 단가는 중도 탈락했던 웨스팅하우스는 물론,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졌던 프랑스의 절반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체코에 절실한 공사·가동 일정 요건에서도 몇 년씩 지체되기 일쑤인 프랑스를 크게 제쳤다. 체코가 한국이 모든 기준에서 앞섰다고 밝힐 정도다.
유럽이 다시 원전 건설로 속속 유턴하는 만큼 추가 수주 기대가 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슬로베니아를 유력 국가로 꼽았다. 여기에 폴란드·영국 및 아랍에미리트 등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업계에선 2027년까지 수주가 10기 이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가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신규 대형 원전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을 밝힌 것도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딴죽을 걸 기회만 엿보는 웨스팅하우스 변수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1978년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원전(APR1400) 수출도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게 돼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인 또는 미국법인만 신고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규제를 틈타, 이젠 원천기술만 남은 웨스팅하우스는 부분적인 일감이나 기술 로열티를 노리고 툭하면 시비를 건다. 이런 분란의 소지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도 입법을 통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달 국회에 발의할 예정인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안부터 빨리 처리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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