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자전거가 좋아!
사이먼 몰 글│샘 어셔 그림│주니어RHK
나는 할아버지의 자전거로 두 발 자전거를 배웠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계단에 묶어 둔 자전거를 풀어 주셨다.
자전거는 어린이에게도 자율을 보장하는 탈것이다. 세 발로 시작해 네 발을 거쳐 두 발로, 타면 탈수록 난도가 높아지는 것도 흥미롭다. ‘내 자전거가 좋아!’의 ‘나’는 막 두 발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빨간 자전거가 마음에 들지만 그걸 탄다는 건 다른 문제다. 자전거를 달리게 하려면 바퀴가 돌아야 하고, 바퀴가 돌려면 체인을 돌려야 하고, 체인이 돌려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나’는 아빠의 도움으로 바퀴를 굴리는 것에 성공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자전거에 올라탄 이상 방향도 속도도 직접 정해야 한다. 갈라진 길 위거나, 커브를 돌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의 판단도 자기 몫이다. 오르막에선 자기 몸만 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할 수도 있다. 내려올 땐 가만히 있어도 속도가 붙는다. 달리는 게 익숙해지면 멈추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건 초보자에게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자전거에서 떨어진 ‘나’는 언젠가 자신이 넘어진 풍경을 기억하게 될 거라고 예감한다. 실패와 포기로 남기고 싶지 않다. 아빠 품에서 용기를 되찾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얼마 전 체육관에서 한 부자(父子)를 목격했다. 8∼9세쯤 된 아들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러닝머신에 올라, 아버지가 켠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 아버지가 정한 속도에 맞춰 걸었다. 지루한 뒷모습을 보며 나는 부자가 밖에서 자전거를 타길 바랐다. 그랬다면 내가 자전거를 탈 때마다 할아버지를 떠올리듯 어린이도 자신의 아버지를 기억했을 거다. 다가올 가을에는 자전거로 활보하는 어린이들을 많이,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핸들을 잡고 벨을 울리며 힘차게 페달을 밟아 스스로가 정한 길로 나아가는 모습들로 말이다. 36쪽, 1만5000원.
김다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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