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로 호평 손현주
어긋난 부정으로 인기몰이


“저는 목숨 걸고 연기합니다. 대학로에서 방송으로 넘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마음입니다.”

데뷔 33년차 배우 손현주(59·사진)는 자신의 연기 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종영을 앞둔 지니TV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판사 송판호 역을 맡았다. 평소 강직한 법관이지만, 뺑소니 사고를 저지른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타락하게 되는 인물이다. 벌겋게 충혈된 그의 눈이 이를 엿보게 했다. 대쪽같던 인물이 어긋난 소신을 품을 때 어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지 온몸으로 보여줬다. 그 결과 1.7%로 시작된 ‘유어 아너’의 시청률은 3배 가까이로 껑충 뛰었다.

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만난 손현주는 “감정을 흩트리지 않으려 눈을 잘 깜빡이지 않으니 충혈될 때가 많고 아프다. 복잡한 감정이 눈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면서 “유쾌한 드라마에 출연할 때는 눈이 맑다. 나도 내 눈이 맑았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뷔 초 단역을 전전하던 손현주는 주로 소시민 이미지를 보여주다가 드라마 ‘장밋빛인생’ ‘추적자’ 등을 통해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운 형사로 분한 ‘추적자’가 큰 성공을 거둔 후 작품 속 그의 신분도 상승했다. 대통령, 국세청장에 이어 이번에는 판사다. 손현주는 “MZ세대들은 제가 코미디 연기를 했던 것을 모를 수도 있다. 다시 코미디를 하고 싶다”며 “다시 편한 걸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제 방식의 웃음을 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는 잘생긴 얼굴이 아니다. 그래서 목숨 걸고 연기해야 한다”고 운을 뗀 손현주는 ‘유어 아너’를 촬영하던 지난 6월 유명 사진작가인 친형 손홍주 씨를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개인사를 연기에 결부시키지 않았다. 발인이 끝나자마자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던 그는 “저의 오랜 팬이었던 형은 특히 ‘유어 아너’를 좋아했다”면서 “아마 하늘에서 잘 보고 있을 거다. 다음 주 종방하면 형한테 가서 ‘어떻게 봤냐’고 묻고 싶다”며 친형을 추모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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