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살고 싶은데 청약 가점이 낮았어요. 미술품·차량 공유 서비스까지 있는 고급 주거 시설이라고 해서 6억 원대에 분양받았습니다. 어느 날 정부에서 거주를 금지해버렸고 직접 살 수도, 남에게 세를 줄 수도 없어요. 자산 가치가 낮으니 팔 수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내가 죽어야 해결이 될까요.”

2020년 인천 연수구 송도의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분양받은 박모(48) 씨의 뇌리엔 요즘 파산이라는 단어가 가득하다. 당시 1379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뚫고서 주변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4년 뒤인 2024년, 준공 허가가 나고 입실 기간도 끝났지만 해당 건물에 있는 대부분 호실은 불이 꺼져 있다. 대부분의 수분양자들은 잔금은커녕 중도금 상환도 못 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납금엔 연 7.83%의 고리가 붙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시행사가 채권 추심을 압박하고 있다. 거주가 불가한 데다가 주거지 일색인 지역에 지어진 50층짜리 건물이라 숙박 수요 자체가 거의 없는 지경이다. 주차장과 복도 넓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이 가능하다곤 하나, 그건 수천 대 1의 청약 경쟁률보다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 이미 준공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없는 일이다. 박 씨는 새 집에 살고 싶었을 뿐인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불길한 예감이 스친 적도 있다. 2020년 10월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생숙이 투기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건축·건축물분양법을 개정해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분양을 받고 계약금을 낸 뒤였다. 소급 적용을 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2021년 정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등록을 의무화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공시 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 강제금을 내도록 했다.

생숙 사태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폭등의 광풍 속에서 상승 요인 같아 보이기만 해도 쳐냈던 눈먼 도끼질이 빚어낸 결과다. 문 정부가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의 고통에 윤석열 정부 역시 무심한 듯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여러 가지 실효적인 해법을 찾고 있다”면서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어 특정 날짜를 정해 대책을 발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늦지 않게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길 바란다.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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