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문연구위원,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지난주에 마무리된 을지연습은 1968년 1·21사태를 계기로 시작돼 오늘의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으로 이어져 왔다. 대체로 을지연습의 취지와 훈련 방법은 비슷하나, 훈련의 규모와 강도는 남북 관계나 정권의 성향에 따라 축소·조정·중단·복원 행태가 되풀이돼 왔다. 이러한 흐름은 곧 국가 총력전 체제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해치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윤석열 정부가 3회에 걸친 연습에도 불구하고 직전 문재인 정권이 헝클어 놓은 안보 시스템의 정상화와 거리가 있다고 평가받는 배경이다.

올해 훈련을 돌이켜보면 북한의 핵공격 대응훈련, 전시대비 훈련보다 화재·테러·재난훈련에 치중, 통수권자의 전쟁지도와 전쟁지도본부 운영훈련 비가시화, 민방공 경보신호 식별 곤란과 혼란 초래, 국민 없는 총력전 연습 등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간 을지연습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제시해 본다.

우선,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지난 2006년 북한의 핵실험 이후 처음으로 올해 북한 핵공격을 가정한 정부 대응 훈련을 한다고 예고했지만, 한미연합사령관의 부인(否認) 후 시인도 부정도 않는(NCND) 유령 훈련이 됐다. 북한의 핵그림자가 안방까지 드리워진 터에 미온적인 훈련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의 직무유기다.

둘째, 전시 비상대처 중심의 훈련 디자인과 시행이다. 기존 평시재난 중심의 훈련 기획과 실행 관행을 버리고 을지연습 목적에 걸맞은 훈련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철도·전기·수도·금융망 등 국가 핵심기반 파괴, 전시 시제품 생산·인도인접, 핵공격 대량 전사상자 처리 등을 범국가적 동시 대처 훈련으로 숙달해야 정부 기능 유지와 전쟁 지원 차질을 방지할 수 있다.

셋째, 국군통수권자와 전쟁지도본부 구성원 훈련이 절실하다. 을지연습 간 대통령 일정은 주로 국무회의 주재, B-1벙커 및 연합사 방문 등이었다. 한 번 참석으로 전쟁 지속 여부, 국면 전환 등 전쟁지도와 의사결정을 보좌하는 지도본부 구성원 훈련이 거의 없다. 국가동원기반 적기적시 전투력 투사와 전쟁 지도훈련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줄 때 더 큰 신뢰를 받을 것이다.

넷째, 복잡한 민방공 경보신호 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 현행 재난과 민방공 이원화 경보신호 체계는 식별하기 어려워 혼란스럽다. 2022년 11월 울릉도 공습경보 발령, 지난해 5월 서울시 경계발령 소동이 그 방증이다. 경보별 사이렌은 경계(단타), 공습(고저·장단타), 해제(평타)로 단순 구분하고, 현행 ‘듣는’ 경보 중심에서 ‘듣고 보고 느끼는’ 경보 체제로 바꿔야 한다.

끝으로, 국민의 훈련 참여 활성화와 대피시설 개선이다. 주민자치회, 이·통장 협의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훈련 참여를 유도하고, 공공 대피 시설은 화생방 방호, 미사일·장사정포 취약성 보강, 용수 공급대책, 인구밀도와 인원수를 고려한 시설 확보 등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에 이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북·러 동맹을 복원했다. 대한민국을 핵 인질 삼아 미국의 확장억제를 무력화하고 영토 완정(完征)을 위한 전면전이나 그간 북한 체제를 지탱해 온 통일과 자주 노선 퇴출로 인한 ‘북북(北北) 갈등’ 초래 여파는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을지연습의 경로 의존성 타파가 시급한 이유다. 이러한 을지연습 혁신은 대통령의 결단과 지시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다.

정찬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문연구위원,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정찬권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전문연구위원, 前 국가위기관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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