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단어의 뒤에 붙어 새로운 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말이 있다. 국어 시간에 배운 지식을 되살려보면 ‘접미사’라고 분류하는 말이 그것이다. 접미사 가운데 흔히 쓰이는 것 중 하나가 ‘질’인데 이 말은 좀 고약하다. ‘호미질, 낚시질, 마름질’ 등은 그나마 중립적인데 ‘쌈질, 도둑질, 고자질’을 보면 별로 좋은 데 쓰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호미질’과 비슷한 구조의 ‘삽질’이나 으뜸을 뜻하는 ‘갑(甲)’이 붙은 ‘갑질’은 전혀 좋은 뜻이 아니다.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에 방문할 때 안내를 맡은 이의 소개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럽다. ‘이분은 ○○대학에서 교수질을 하는 ○○○임다’라고 소개하니 말이다. 우리들의 용법에서 ‘교수질’ 혹은 ‘선생질’은 딱히 할 일이 없어 하는 일 또는 교수랍시고 잘난 체하는 짓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접미사는 어디에나 붙을 수 있는 말이고 특별히 나쁜 뜻은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이 접미사가 붙은 말 중에서 꽤나 고마운 말이 있다. 일할 때 쓰는 ‘손’에 붙어 만들어진 ‘손질’인데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손을 대어 잘 매만지는 일’이라 풀이하고 있다. 이것이 음식과 관련되면 조리하거나 먹기에 편하도록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 된다. 마트에 가면 손질된 채소나 생선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극대화되면 ‘밀키트’가 된다.

재료부터 구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서 먹는 음식, 손질된 재료를 사서 조리해 먹는 음식, 조리까지 끝난 것을 배달시켜 먹는 음식 등 여러 단계가 있다. 이 중에 어떤 음식이 가장 좋을까?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선택해야 하니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누군가의 손에 의한 ‘손질’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그 손질의 정성을 안다면 함부로 ‘입질’을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 말은 함부로 입을 놀린다는 뜻의 신조어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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