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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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100m 앞서 ‘심정지’
전문의 부족으로 수용 못해
배후진료 역량 회복도 시급

병원 “파견 군의관들 부적합”


권도경 기자, 광주=김대우 기자

전공의 집단이탈 여파로 전국 병원에서 응급실 파행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중태에 빠지는 등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광주 조선대 체육대학 인근 공원에 대학생 A(20) 씨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을 환경미화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 당시 A 씨는 심정지 상태였다. 119구급대는 100m가량 떨어진 조선대병원 응급실에 환자이송을 문의했지만 수용 불가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발견장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A 씨의 맥박과 호흡은 돌아왔지만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다. 조선대병원 측은 “당시 응급실 의사 2명이 각각 응급수술과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어 소방 매뉴얼에 따라 다음으로 가까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한 것”이라며 “응급실 여력이 안 됐을 뿐 환자를 거부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4일에도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70대 B 씨가 대형 버스에 치여 하반신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구급대가 충북대병원 등에 이송을 요청했지만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못했다.

‘응급실 미수용’ 사태가 이어지자 주된 원인인 배후 진료 역량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각 병원은 응급실에 환자가 오면 중증도에 따라 분류한 후 해당 진료과로 보낸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 사태 후 배후진료 역량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시의료원장)은 “응급실 처치 후 정형외과, 흉부외과 등 배후진료과가 수술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 병원의 경우 전문의들이 중증환자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경증환자 등 외래진료 비중을 줄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4일 파행 위기에 처한 대형 병원 5곳에 군의관을 파견했지만 일부 군의관들은 태업 조짐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A 대학병원은 “업무 범위 논의 과정에서 군의관들이 진료상 책임을 져야 하는 환자 차트 작성은 못 하고, 환자 동의서만 받겠다고 했다”며 “군의관들이 간호사에 준하는 인턴 업무만 하겠다고 한 만큼 이들을 되돌려보내고 정부에 추가 파견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B 대학병원에서는 일부 군의관이 간호사들이 하는 상처 부위 드레싱(소독)조차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 대학병원 측도 “면담 과정에서 군의관들이 응급실 근무를 못 서겠다는 의사를 피력해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돼 복귀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월 정부가 전국 주요 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를 파견했을 당시 이들 신상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와 태업 지침이 유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 있다.
권도경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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