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4일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내놨다. 2003년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정부 안의 세 가지 원칙 즉 ‘지속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소득 보장’에 대해 이견을 달기 어렵다. 세대 간의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다음 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연금 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노후소득 보장 역시 국민연금 제도의 본질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낮은 출생률과 빠른 고령화로 인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도 높은 연금개혁이 필요하다. 부담률을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2%p 높이는 것만으로는 매년 7.8%p 정도의 보험료 부족분만큼 추가 부채를 발생시키게 된다. 재정 안정 달성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매년 기금운용수익률을 1.0%p 높이고 이에 더해 물가, 기대수명, GDP 성장률, 연금 가입자 변화 등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 32년까지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세대별 차등 보험요율 인상분을 적용해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안도 전향적이다. 정부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화’와 ‘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높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개혁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커지는 중장년층의 반발 설득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압도적 다수인 야당은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세대 간 갈라치기, 자동 안정 장치의 도입은 사실상 연금 삭감이라며 일단 비판적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기 위해서는 야당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제21대 국회 막판이던 지난 5월 야당에서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는 방안으로 합의안을 도출하려 한 바 있다는 점에서 정부 안보다 더 지속가능하고 노후소득 보장이 충실하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충실한 토론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이 밖에도 정부 안에는 기초연금을 오는 2026년부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현재 30만 원 수준에서 40만 원으로 올려 저소득층의 노후소득 보장을 두껍게 한다는 방안이 들어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아니라 70%의 노인 전체 급여를 40만 원으로 인상하면 중하위 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 유인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된다. 저소득 노인층의 급여를 올리고, 기초연금이 본연의 목적인 노인 빈곤 해소에 집중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낮은 연금 문제는 이중적이고 경직적인 노동시장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연금개혁과 노동시장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 정부가 제시하는 의무 납입 연령을 64세로 5세 연장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의무 납입 연령을 5년 연장하는 경우 소득대체율 13% 인상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금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북유럽과 독일 등에서는 기업의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에 더해 노후소득 보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함께한다. 정부 안에서도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와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제 구슬을 꿸 때가 됐다. 국민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국민에게 죄를 짓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