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재 "절도 고의성 단정할 수 없어" 구제
식당에서 다른 사람의 우산을 실수로 잘못 가져갔다가 검찰에서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람이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직무대리가 전모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다.
전 씨는 2022년 8월 9일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다른 사람의 우산을 가져갔다. 피해자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를 확인해 전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전 씨는 경찰에 출석하며 피해자의 우산을 돌려줬고, 경찰 조사에서 ‘식당을 나가면서 피해자의 우산을 내 우산으로 착각하고 잘못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경찰은 전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2022년 10월 전 씨에게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의미한다.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직장 내에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헌재는 전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심리한 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며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공공장소에서 외관이 비슷한 다른 사람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으로 착각하는 일은 종종 발생 하고 전 씨가 사건 당시 62세로 과거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며 신경심리검사를 받은 사실 등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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