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왼쪽)은 남편 김지상(가운데)이 자신의 비서인 최사라(오른쪽)와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된 후 변호사가 아닌 불륜 피해자로 가정법원에 서게 된다.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왼쪽)은 남편 김지상(가운데)이 자신의 비서인 최사라(오른쪽)와 불륜을 저지른 것을 알게 된 후 변호사가 아닌 불륜 피해자로 가정법원에 서게 된다.


■ ‘굿 파트너’로 본 불륜드라마 인기비결

불륜 남편 둔 이혼전문 변호사 이야기
욕하면서 보는 재미… 시청률 17.7%

‘부부의 세계’·‘결혼작사…’ 등 작품들
2020년 이후 드라마 암흑기에도 선방
시청자들, 인과응보 결말에 ‘대리만족’
피해자로만 그려졌던 女, 불륜 주체로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거잖아요, 피할 수 없는….”(SBS ‘굿 파트너’ 최사라)

불륜녀의 이 한마디에 뒷목 잡은 이들이 TV 앞으로 모였다. 그 결과 종방을 3회 앞둔 ‘굿 파트너’는 현재까지 전국 시청률 17.7%, 순간 최고 시청률 21.5%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에 다시금 ‘불륜’을 화두로 던졌다.



◇이혼 전문 변호사가 쓴 ‘진짜’ 불륜 이야기

2회에 등장한 캠핑장 불륜 사건은 시청자들이 ‘굿 파트너’에 몰입하게 된 시발점이 됐다. 부부 동반 캠핑을 갔다가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현장이 발각된다. 이혼 조정 과정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편은 “20억 원을 주고 양육권을 가져오겠다”고 오히려 큰소리친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하던 아내는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분)의 “20억은 다를 것 같은데”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결국 받아들인다. 또 다른 사내 불륜 커플은 “이따가 근처에서 ㅅㅅ(섹스) 할래요?” “ㅋㄷ(콘돔) 챙겨 오세요”라고 주고받은 대화가 이혼 소송 중 등장하자 “ㅅㅅ은 석식, ㅋㄷ은 카드”라고 잡아뗀다. 이 기막힌 에피소드가 공감을 얻는 이유는, 13년 차 이혼 전문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 ‘실제 사례’를 각색해 쓴 대본이기 때문이다.

‘굿 파트너’는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대중과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최 변호사는 4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부부 동반 캠핑장 불륜은 자주 일어나고, 실제 사례는 더 충격적”이라면서 “상간자들은 부지런한데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외도 상대와 함께 보내야 하니 이럴 때 ‘현장을 잡았다’는 의뢰인의 전화가 자주 온다”고 전했다.

드라마 작가가 방송 중 예능에 출연하는 건 이례적이다. 하지만 최 변호사는 종방을 앞두고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드라마 뒷이야기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또한 극 중 차은경의 남편이자 불륜남인 김지상 역을 맡은 배우 지승현은 대중적 공분이 일자 사죄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은 9일까지 조회 수 144만 회를 기록했다. 아울러 무작정 “이혼은 안 된다”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이 아닌, 두둑한 위자료를 챙긴 후 면접권을 활용해 아이들을 돌보라는 현실적 조언을 더하며 기존 불륜 드라마와는 차별화한다. 이처럼 ‘굿 파트너’는 영화보다 영화 같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천편일률적인 복수가 아닌 현실적 돌파구를 제시하며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등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시청률 실종시대 비웃는 ‘불륜 불패’

불륜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00년 전후다. 배우 유동근의 파란 셔츠와 멜빵 패션으로 대변되는 ‘애인’(1996), 김수현 작가가 집필하고 배우 심은하가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드라마 ‘청춘의 덫’(1999)의 성공 이후 유사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위기의 남자’(2002), ‘내 남자의 여자’(2007), ‘아내의 유혹’(2009), ‘밀회’(2014) 등이 ‘불륜 불패’ 신화를 이어왔다. 드라마 시청률 실종시대라는 2020년 이후에도 불륜 드라마는 건재함을 과했다. ‘부부의 세계’(28.4%·2020), ‘결혼작사 이혼작곡’(16.6%·2021), ‘내 남편과 결혼해줘’(12%·2024) 등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해를 거듭할수록 이혼율이 증가하고, 불륜이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세태도 불륜 드라마 인기에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한다. 2023년 이혼율은 40%(9만2000건)에 이른다.

아울러 이혼한 부부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비율은 42.9%였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자녀다. ‘굿 파트너’는 차은경-김지상 부부의 이혼 과정에서 딸 재희(유나 분)의 아픔에 비중을 실으며 현실을 투영한다. 재희가 “잘못한 사람은 벌 받아야지, 아빠한테 가장 큰 벌은 나 못 보는 거잖아”라고 오열하는 모습이 ‘굿 파트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유다.

불륜 드라마 속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현모양처가 사회적 위치·재력을 갖춘 남편에게 버림받은 후 극적인 복수를 꿈꾸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며 불륜 피해를 입은 여성이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고, 오히려 여성을 가해자로 그리는 작품도 늘었다.

대부분 권선징악, 인과응보의 결말을 맺는 불륜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안긴다. 2015년 간통죄 폐지 후 불륜을 형사처벌할 순 없다. 현실에서는 입증도 어렵고 위자료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래서 통쾌한 복수로 매듭짓는 불륜 드라마에 대중은 더 열광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 불륜 드라마 명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부부의 세계’의 태오가 불륜을 정당화하며)

“내 몸 가지고 내 맘대로 좀 했어”

(‘결혼작사 이혼작곡’ 유신이 외도를 들킨 후)

“당신, 부숴버릴 거야”

(‘청춘의 덫’ 윤희가 배신한 전 남편을 향해)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와이프가 무조건 알게 돼 있어”

(‘굿 파트너’의 은경이 남편의 외도 소식을 접한 후)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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