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논설위원

여야 초선 의원들이 초당적 모임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국민의힘 초선 모임 대표인 김대식 의원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 대표인 이재강 의원에게 양당 초선 모임 집행부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다. “민생 협치를 위한 조찬·오찬 모임 성격”이라고 했다. 반면, 이 의원은 “여야 소통 구조를 초선들이 만들어보자는 취지인데 그 방식은 한가로운 식사 자리가 아니었다. 수해 복구 지원·연탄 배달 등 자원봉사를 함께하는 걸 추진해왔다”면서 “아직 성사된 건 아니다”고 했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성사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300명 중 초선은 131명(44%)이다. 21대보다 20명이 줄었다. 민주당은 70명, 국민의힘은 44명으로 각 당에서 40∼41% 수준이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새로운 정치이지만, 임기 시작 3개월이 지나도록 주목할 만한 ‘초선 현상’ ‘초선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계파 공천을 바탕으로 당선된 초선이 많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친윤석열, 친한동훈계로 나뉘는 여당이나, 친이재명계가 주류인 민주당이나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는 주류의 일원으로 자리 잡으려는 노력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구도란 얘기다. 특히, 민주당 초선 상당수는 ‘비명횡사’ 진통 끝에 공천을 받았다. 대치 정국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전사 역할을 하거나, 당 대표 등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초선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정치 개혁, 여야의 초당적 협치 구호는 언감생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동안 원고 없이 연설한 최초의 필리버스터, 노무현 전 대통령이 5공 청문회에서 스타로 부상한 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을 금지하고 지구당 폐지를 주도한 것, 모두 초선 때다. 당 쇄신을 주도한 15대 국회 시절 민주당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16대 국회 때 한나라당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도 남 전 의원을 빼면 모두 초선 때다. 설익고 거칠어도 여당이면서 정책을 놓고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고, 주류 패권에 맞서면서 당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지금은 주류에 줄 서는 직업형, 생계형 초선들뿐”이라는 한 중진의 장탄식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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