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 경제부 차장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이 34년 만에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하루만 연차를 내도 3일, 조금 무리해서 이틀 내면 6일까지도 쉴 수 있어 고단한 회사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의 기대감이 크다. 정부가 지난 3일 이번 임시공휴일 안건을 의결하며 내세운 표면적 이유는 안보 중요성 환기와 국군 사기 고취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내수 회복 속도가 지정 배경에 깔려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대통령실도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로 경제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가 매월 내놓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수개월째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하는 내수 지표들은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음식점 등을 포함한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들며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물가·고금리·실질소득 감소로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은 올 2분기 전기 대비 1.4% 떨어지며 11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가계 흑자액은 최근 8개 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2분기 외식산업 경기동향지수는 75.60으로 1분기 대비 3.68포인트 감소했고 서울시에서만 올 1분기 6000개가량의 음식점이 폐업하며 자영업 위기로 번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는 매출이 반 토막 난 영세 상인들의 글이 넘쳐난다. 얇아진 지갑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며 내수가 악화하고 다시 가계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총체적 난국이다. 물가가 2%대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마트에 가면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아서 장바구니 채우기 겁이 난다. 경기는 안 좋은데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신고가 아파트가 속출하는 등 부동산 시장만 오름세로 돌아서며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수출이 그나마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보이며 선방하고 있지만, 내수로까지 온기가 퍼지는 데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경제연구원은 ‘수출-내수 간 경기 양극화가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내놨다.

이처럼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임시공휴일 지정 외에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공휴일 하루 지정 시 통상 소비 지출액이 2조 원 늘어난다고 하지만 그마저 해외여행객이 늘며 실효성이 낮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방송에 출연해 “하반기에는 아무래도 실질소득과 임금이 좀 더 개선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지만, 하반기 내수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국책 연구기관조차 내수 부진을 근거로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가 선결 조건이라 해도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통화 당국 역시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금리 인하만 바라보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 지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경제부 차장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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