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매년 설날과 추석 명절에 각계 인사 및 사회적 배려 계층에 대통령의 선물이 전달됐다. 명절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대통령의 마음을 전달한다는 차원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때를 제외하곤 관례처럼 됐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화합·통합의 메시지, 취향을 담기 위해 선물 내용을 무엇으로 할지 정하는 데 꽤 고심이 많다고 한다.
선물 내용물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군 장병에겐 담배를, 해외 파견된 근로자들에게는 고추장과 김치를 보냈다.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된 근로자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신문 배달원과 광원들에게 방한 외투 및 내의를 보냈다. 선물 포장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휘장과 ‘대통령 하사품’이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고향의 특산품을 선물로 보냈다. YS는 부친이 운영하는 멸치 어장에서 나는 ‘김홍조표 멸치’를 보냈다. DJ는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나는 김이 빠지지 않았다. 한과와 녹차도 포함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들어서는 처음으로 지역 안배형 선물이 채택됐다. 각 지역에서 나는 특산품에 전통주가 꼭 포함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주로 농산물을 보냈는데 기독교인이어서 전통주는 제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역 특산물 3종을 소박하게 보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역 특산물 6종에 전통주를 다시 포함시켰다.
선물 때문에 논란도 벌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황태, 멸치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가 불교계에선 생물을 먹지 않는다는 내부 지적을 받고 황급히 다기 세트로 교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다기 세트를 수해 피해자들에게 보냈는데 ‘차를 마실 여유가 있느냐’는 비판을 받고 교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한센인들이 그린 카드를 동봉했는데 여기에 십자가와 ‘아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바람에 불교계가 발끈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이관섭 비서실장이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공식 사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번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이성윤,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 등이 선물을 거부한다며 돌려보내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지지층의 반윤 정서를 겨냥했다. 선택은 자유지만, 명절·경조사 등에 대한 전통적 예절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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