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경기교육감賞 - 신길중학교 곽은채 학생

아주 특별한 나의 파트너, 할머니께.

저의 모든 기억이 시작되는 처음은 할머니였어요. 어린이집 재롱잔치며, 학부모 동반 수업에 엄마보다 할머니가 더 많이 제 곁에서 보호자 역할을 해주셨죠. 처음 가는 태권도 학원도, 피아노 교습시간에도 할머니가 늘 곁에 계셨어요. 어릴 적 제게 할머니는 예상치 못한 변덕스러운 날씨에 반드시 필요한 우산 같은 존재셨어요.

초등학교 4학년부터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모두에게 재앙처럼 다가온 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어요. 코로나19로 저는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했고, 제 파트너가 할머니에서 아빠로, 다시 엄마로 바뀌며 제 삶의 균형도 깨져 갔어요. 맞벌이하는 부모님과의 생활은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지 않은 제게는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이런 마음은 할머니도 마찬가지였겠죠? 매 순간 함께였던 손녀를 뒤로하고 많이 적적하셨을 테니까요.

이제 전 중학생이 되었고, 웬만한 일은 혼자서 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할머니 빈자리가 느껴져요. 어릴 적 감정은 재밌고, 배부르고, 졸리고, 아프다 같은 단편적 감정뿐이었는데, 이제는 서운하고 외롭고, 우울한 느낌이 들 때마다 그 감정이 너무 생소해서 힘들어요. 엄마는 마음 근육이 생기기 위한 근육통이라 하셨는데,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상태를 살피고 예민해진 제 자신을 발견해요. 제 곁에 할머니가 계셨다면, 제 마음을 더 잘 아셨겠죠? 할머니께 받았던 위로가 엄청난 힘이 되었다는 걸 알았어요.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된장찌개에도, 빨아서 잘 개어놓으신 옷에도, 씻고 나오면 로션을 발라주시던 그 손, 머리를 말려주시던 그 손에도 할머니 사랑이 있었어요. 제게 할머니는 늘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높으셨는데, 할머니가 늙고, 작아지신 게 제게 많은 자양분을 주신 것 때문일까 싶어 마음이 복잡해져요.

저는 할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경험했기 때문에 저 또한 제 주변 사람들에게 할머니와 같은 사랑을 나누고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따뜻한 할머니의 사랑으로 잘 자란 저는 온기를 나누고 더 밝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될게요. 제게 아주 특별한 파트너이자 멘토이신 할머니. 제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고 계시죠? 이젠 제가 할머니를 많이 도와드릴게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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