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중국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에서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 바둑 최강전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TV를 켰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중국 공영 CCTV의 2024 파리패럴림픽 남자 수영 100m 생중계가 눈길을 끌었다. 두 팔이 없는 중국 선수가 그저 발차기만으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중계 캐스터는 연신 ‘자유(加油·힘내라)’를 외쳤다. 머리를 이용해 터치패드를 찍은 이 중국 선수는 간발의 차로 2위를 차지했고, 감정에 복받친 중계 캐스터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영 경기가 끝난 뒤 역도, 육상 경기 등이 연이어 중계됐다. 불굴의 정신으로 투혼을 선보인 선수들의 경기 모습에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선 ‘왜 한국 방송에서는 이런 장면을 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올림픽이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정상을 다투는 무대라면, 인간 한계의 벽을 넘어 모두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패럴림픽이다. 최근 패럴림픽은 앞서 열리는 올림픽에 준하는 대우와 관심을 받고 있고, 경기 티켓 역시 예전과는 달리 놀라울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사실 패럴림픽 때가 되면 단골로 지적되는 사항이 많다. 그 지적 사항 중엔 ‘경기 중계’가 늘 등장한다. 올해도 한국에선 패럴림픽 중계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실제 대한장애인체육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파리패럴림픽 중계방송 시간은 하루 100분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개·폐회식을 제외하고 나면 생중계는 얼마 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패럴림픽 경기를 시청하려는 이들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등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패럴림픽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하고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시청률을 걱정하는 방송사들이 중계를 꺼리는 사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에서 장애인들을 접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인식도 바뀔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기회를 놓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패럴림픽뿐 아니다. 전문 장애인 스포츠 현장을 보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 전문기자로 현장을 18년 넘게 누빈 기자도 마찬가지다. 전문 기자도 그런데 일반 대중은 더 접촉할 기회가 없다.
일반인들에겐 자신과 관계없는 장애인들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해서라도 패럴림픽 방송 노출은 더없이 중요하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이 이번 파리패럴림픽 대회 결산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은 장애인 선수들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세상 밖으로 나온다”며 “나도 (교통사고 후) 병원에서 휠체어 농구 중계를 보고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더불어 같이 잘살아야 할 우리 가족이며 이웃이다. 다행스럽고 희망적인 것은, 패럴림픽을 외면하는 방송사들의 무관심과 무성의를 질타하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 스포츠는 파리올림픽과 이어진 패럴림픽에서 모두 애초 기대했던 목표 성적을 초과 달성해 스포츠 강대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패럴림픽 혹은 장애를 가진 선수들에 대한 응원이 일상의 일로 여겨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