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1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미국 대선 TV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토론 현장 분위기

해리스, 먼저 다가가 악수청해
키 차이 고려해 다른 높이 연단

“클린턴 후 가장 잘한 TV토론”
민주당 내부선 긍정적 평가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관으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악수와 가벼운 인사로 토론을 시작했다. 사회자의 두 후보 소개가 있고 나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다가가 “카멀라 해리스”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손을 내밀며 호응했다.

악수 없이 바로 연단으로 이동해 토론을 시작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TV 토론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후보는 토론이 시작되자 곧장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한 후보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후보의 마이크가 꺼져 있다는 규칙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는 사회자의 중재 없이 직접 언쟁하며 서로의 발언 중간에 끼어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번 토론은 지난 6월에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과 마찬가지로 준비된 청중이 없는 빈 무대에서 모두발언 없이 곧바로 시작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은 슈트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색 양복과 공화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푸른 조명이 비치는 토론장에 등장했다. 두 후보는 모두 양복에 성조기 배지도 달았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당한 키 차이를 고려해 각 후보의 연단은 서로 다른 높이로 설정되기도 했다.

토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두 후보는 경제·이민·외교·안보·낙태 등 모든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번 토론에 나섰던 바이든 대통령이 작은 목소리와 더듬는 말투 등으로 인해 고전했던 점을 의식한 듯 의도적으로 큰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말투, 큼직한 몸짓으로 전달력을 높였다. 발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저으면서 헛웃음을 짓는 모습도 목격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초반에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흥분한 듯 목소리가 급격하게 커지고 발언 속도도 빨라졌다. 또 해리스 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가 하면 사회자의 발언을 중간에 끊고 발언을 지속하기도 했다.

발언권을 둘러싼 두 후보 간의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하는 동안 해리스 부통령이 꺼진 마이크에 대고 무언가를 말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I am talking now)”고 말한 뒤 발언을 잠시 멈추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시간이 끝나 사회자가 발언을 끊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놔둬라(leave it)”라고 경고한 뒤 자신의 발언을 이어갔다.

토론이 열린 필라델피아 시내 곳곳에서는 시위가 벌어졌다. 필라델피아의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필리 팔레스타인 연합(Philly Palestine Coalition)’은 이날 토론 시작 전 필라델피아 시청 인근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팔레스타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팻말 등을 들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후보들을 비판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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