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권 씨의 아버지이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이기택 씨.  이철권 씨 제공
이철권 씨의 아버지이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이기택 씨. 이철권 씨 제공


■ 멈춰 선 강제징용 배상 - (上) 피해자들의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이철권 씨 “군함도 동원된 선친
평생 다리 절다 51세에 돌아가셔
유족들에게 신속한 변제 절실”

피해자단체 “생존자 95세 넘어
가난 대물림 않게 정부 나서야”

정부 의료지원금 받는 생존자
사망 늘며 1년새 1264 → 904명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인 제게 ‘제3자 변제’는 정부가 아버지의 강제징용과 젊은 시절의 고생·희생을 인정해준다는 의미나 다름없어요. 강제징용의 한(恨)을 풀 수 있도록 정부가 신속한 ‘제3자 변제’에 나서줘야 합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고 이기택 씨의 아들 이철권(63) 씨는 11일 문화일보에 “아버지는 20세의 나이에 ‘군함도’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하시마(端島) 탄광에 강제 동원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철권 씨에 따르면 전북 군산에서 살던 아버지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동네 이장의 말에 속아 하시마 탄광이 있는 일본 나가사키(長崎)현으로 향했다. 이역만리에서 하루 18시간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고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만 4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고국으로 돌아온 뒤 아버지의 삶도 간단치 않았다. 탄광에서 쓰이던 폭발물 파편이 다리에 박혀 장애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철권 씨는 “아버지는 남들보다 왜소한 몸집에 다리를 절었다”며 “다리 때문에 평생 제대로 일하지도 못한 채 온종일 술만 드시다 진폐증으로 젊은 나이인 51세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을 대신해 8남매를 키우기 위해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철권 씨는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들과 함께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씨와 같은 강제징용 피해자·유족들은 시간과도 싸우고 있다.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장은 “연합회가 지원하는 생존 피해자의 나이는 95세부터 108세로 초고령층이며, 이분들의 자녀들도 이젠 70·80대에 달한다”며 “이분들은 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질까 우려하면서 자신이 죽기 전에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금을 받는 강제징용 피해자 수는 올해(1월 기준·행정안전부) 처음으로 1000명 아래로 떨어져 90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년간 강제징용 피해자 수는 △2014년 1만1880명 △2015년 9938명 △2016년 8099명 △2017년 6582명 △2018년 5245명 △2019년 4034명 △2020년 3140명 △2021년 2400명 △2022년 1815명 △2023년 1264명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철권 씨는 “제3자 변제를 반대하던 사람들도 현실적 한계에 부딪혀 돌아서고 있다”며 “제3자 변제를 위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재원이 부족하다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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