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가계대출과 관련해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두 달 간 “무리한 가계대출 확대는 안 된다→대출금리 인상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돌출 발언으로 큰 혼선을 빚었다. 늦게나마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밝힌 “은행 자율 관리”로 방향을 튼 것은 다행이다.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디딤돌·버팀목·신생아대출 같은 정책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며 엇박자를 놓고 있다. “정책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가계대출이 늘어나는데 정책대출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는 김 금융위원장의 발언과 충돌한다. 진단과 정책 방향이 제각각이다. 박 장관의 버티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구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신혼부부와 청년들에겐 대출을 쉽게 해줘야 한다”는 발언 때문으로 보인다. 정책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70%를 넘고, 수혜 대상인 3040세대의 주택 매수 비중이 63.7%나 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이전에도 박 장관은 “젊은 분들이 전세를 덜렁덜렁 계약했다” “서울 집값은 일시적인 잔 등락” 등의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다. 그러다가 그린벨트까지 푸는 8·8 공급 대책을 내놓았지만, 9월에도 가계대출 열풍은 가라앉지 않고 풍선효과가 사방으로 번진다. 정책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집값 폭등과 가계빚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코드만 맞추다 24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실패한 김현미 전 장관을 닮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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