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특파원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와 두 대선 후보 간 첫 번째 TV토론을 지켜보고 또 기사를 쓰며 느낀 묘한 위화감이 있다. 직접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선거 제도, 엄청난 돈을 퍼붓는 게 경쟁력인 선거 운동도 큰 요인이겠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아닌 ‘너희 나라’ 선거라는 점이 가장 컸다. 단지 무게감을 덜 느끼고 상대적으로 거리가 느껴진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누가 승리했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 어떻게 내 삶이 변할지 직관적이지 않다는 뜻도 있다. 미국 국경이 불법 이민자에게 뚫렸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파괴력 있는 언급인지, 낙태권에 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명한 메시지가 얼마나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는 있지만, 거기까지다. 그런 맥락에서 해리스의 입에서 한국과 한미동맹 이야기가 나오고, 트럼프의 발언에 북한과 김정은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면 받아들이는 무게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일(현지시간) 열린 90분간의 TV토론, 외교안보 분야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할애됐다. 당연히 지금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이 우선이다. 한국은 언급이 없었고, 김정은만 언제나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독재자’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두 후보 캠프가 내놓은 정책공약집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사라졌다. 어떻게 포장하든 지금 미국의 외교안보 현안에 한국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는 단순히 별다른 일 없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영향력을 벗어난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은 과거처럼 전 세계의 분쟁을 동시에 관리할 수 없고, 우선순위가 아닌 이슈는 좀 더 쉬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그게 북핵을 인정하는 협상일 수도, 군축 회담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서 북핵 문제를 풀겠다고 나서는 것도 선거용 허언만은 아니라는 걸 모두 직감하고 있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판단이나 능력이 알려지지 않은 해리스가 북핵 이슈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사실 우리는 ‘모른다’.
경제 분야로 가면 더 복잡하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지난 5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크로스(교차)해서 (상대 후보의) 정책이 (차기 정부의 정책에) 반영될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 문제로 보고 고율의 관세 부과로 고민하고 해리스 부통령은 전략 경쟁으로 보고 기술을 틀어막고 있지만, 실제 정책 집행 과정에서 상대의 정책을 가미하거나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단순히 트럼프가 되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럴 것이고, 해리스가 되면 저렇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의미가 없다. 미국 경기와 중국과의 관계, 미국의 전략적 목표와 한미동맹, 거기에 개별 산업과 기업 이슈까지, 훨씬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재미있는 ‘누가 될 것인지, 누가 유리한지’도 지켜보면서 동시에 미국 대통령의 변화가 불러올 ‘나비효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보다 복잡한 계산을 차분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