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상이 12일 오전 비를 맞고 있다.  문호남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 상이 12일 오전 비를 맞고 있다. 문호남 기자


文정부 때부터 정치공방만 계속
친일 프레임에 기업들 기부 주저
국회 차원서 법적 근거 마련해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수가 해마다 가파르게 줄고 있지만 ‘제3자(대위) 변제’와 관련한 우리 정치권의 시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있다. 야권의 거센 친일 공방에 여론이 악화하자 정부와 여당도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대일 청구권 자금(총 8억 달러)으로 혜택을 입은 국내 기업들도 선뜻 기부금 출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주요 선거가 없는 올해가 여야가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로 나아갈 적기라고 제언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12일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제3자 변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 때도 강제징용 피해 해법이 없어 해결을 못 하고 임기 내내 끌고만 갔다”면서 “제3자 변제 방안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정치 공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대한민국이 계속 과거사만 붙들고 한·일 관계를 관리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할 때”라며 “한·일 관계의 미래를 고려하더라도 친일 공방은 피해자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득이 될 게 없다”고 했다.

평균 90∼100세로 생사 기로인 생존 피해자들이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마지막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기업과 민간인들이 적극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정치권 변화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대일청구권 자금은 국가 건설을 위해서 기업들에 먼저 사용하도록 해준 돈”이라며 “기업들이 기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 제도를 도입하면서 먼저 움직인 만큼, 여야가 ‘친일 몰이’ 정쟁을 중단하고 입법화를 통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 전 대사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의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규태·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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