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高’에 시름깊은 中企
“30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올해처럼 힘든 상황은 처음입니다.”
수원에서 전자부품(모바일·디스플레이) 개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모(65) 씨는 2022년부터 대기업 스마트폰 물량이 급감하면서 올해는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스마트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을 등에 업고 성장해오는 구조였지만 대기업들이 글로벌 소싱을 시작하고 인건비가 싼 베트남 등으로 나가면서 중소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동종업계 중소기업들의 폐업이 근래 속출하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명절 상여금은커녕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추석(9월 17일)을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경영 사정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코로나19에 이은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와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천에서 비철금속주조 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도 “올해 들어 대기업 일감이 현저히 줄었다”며 “코로나19 때는 대출로 버텼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대출 상환 기간이 점점 도래하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8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중소기업 추석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에 비해 올 추석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이 25.6%로, 원활하다는 응답(16.0%)보다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는 응답은 58.4%를 차지했다. 자금 사정 곤란 원인(복수응답)으로는 ‘판매·매출부진’(7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원·부자재가격 상승’(33.2%), ‘인건비 상승’(24.9%), ‘판매대금 회수 지연’(15.1%) 순으로 응답했다. 추석상여금 지급 계획에 대해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47.3%로 나타났다. ‘미지급’은 36.7%,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16.0%로 나타났다. 상여금 지급 수준은 정률지급의 경우 기본급의 53.7%, 정액지급의 경우 평균 61만6000원으로 나타났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만성적인 내수부진과 장기화된 고금리로 4곳 중 1곳 이상의 중소기업이 추석 명절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캐나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금리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지웅 기자 topsp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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