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부인 중 김건희 여사만큼 정국 갈등의 핵심 뇌관이 된 경우는 없었다. 대선 때는 ‘허위 학·경력’‘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논란으로 이슈의 중심에 섰다가, 취임 이후에도 명품 가방 수수 사건,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문자 논란, 인사 및 공천 개입설 등으로 곤욕을 당했다. 지금도 야당은 특검법 등 정치 공세를 강화한다.

그런데 국민권익위와 검찰이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데 이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 권고를 내놓자마자 적극적 활동에 나섰다. 대국민 사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등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의 행보라 더 부자연스럽다. 지난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김 여사는 취재기자 없이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방문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실 사진사가 찍은 사진 18장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실렸다. 김 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면서 “한강대교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는 등 구체적 지시도 했다고 한다.

무혐의·불기소가 곧 결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면죄부는 더더욱 아니다. 오죽하면 ‘김건희 방지법’ 요구까지 설득력을 얻겠는가. 이원석 검찰총장도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이 곧 형사처벌 대상이나 범죄 혐의 인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에 대한 사과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공간이 부족해 제2부속실을 못 만든다는 윤 대통령 설명도 구차하다. 더 늦기 전에 실정법은 물론 ‘국민정서법’의 무서움도 제대로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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