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 등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하면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 등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시설을 시찰하면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 위원장이 무기급 핵물질 생산에 비약적인 성과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

최소 수백기 이상 원심분리기
핵탄두용 고농축우라늄 생산
“핵병기 기하급수적 늘릴 것”

美 차기정부에 무력 메시지
7차 핵실험 도발 가능성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사용되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처음 대외에 공개하면서 ‘대미·대남 복합 도발’을 최고 수위로 끌어 올리고 있다. 우리 측을 향해선 연일 소음 공격·오물 풍선·미사일 실험 등 재래식 형태 도발로, 미국을 겨냥해선 ‘핵무기 과시’를 통한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반도 안보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미 대선에 북한이 영향력을 끼치고 차기 미 행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도발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라늄 농축기지를 시찰했다는 보도와 함께 생산 시설이 담긴 사진 5장을 대외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우라늄 생산 시설에는 ‘원심 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를 다단계로 연결한 설비)에 최소 수백 기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연결돼 작동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이를 점검하는 모습이 담겼다. 국제사회는 원심분리기에 들어가는 자재인 고합금 알루미늄강에 대한 대북 수출규제를 하고 있지만 북한은 감시를 피해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핵병기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자면 우리는 지금 이룩한 성과에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며 “원심분리기 대수를 더 많이 늘리는 것과 함께 원심분리기의 개별 분리기능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시설의 구체적 위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우라늄 광산 근처인 황해북도 평산, 평안남도 순천, 평양 인근 강선 등으로 추정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우라늄 제조시설 내부를 공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제 사회에서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만큼 많은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에 있고, 핵 무기화시키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 우라늄 농축기지를 공개한 건 미국을 겨냥한 군사 도발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핵무기 시찰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견제와 대응’을 지시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 대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자신들의 입지를 각인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도발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차기 미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력을 끌어올릴 카드가 핵무기밖에 없으니, 이번에 핵무기가 많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11월 미 대선 전까지 북한의 군사 도발은 수위를 넘나들며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에 따라 ‘7차 핵실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4·5차 핵실험에 나선 바 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 용어설명

원심분리기·캐스케이드·HEU = 원심분리기는 고속 회전에 따른 원심력을 이용해 핵폭탄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드는 장치다. 원심분리기를 수백∼수천 개 이어 붙인 것이 캐스케이드로, 캐스케이드 단계를 많이 거쳐 90% 이상 농축된 것이 HEU다. 1개의 핵폭탄 제조에는 HEU가 20∼25㎏ 정도 사용된다. 이는 원심분리기 1000개를 1년 내내 돌려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군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최소 1만 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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