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0일. 당시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깜짝 놀랄 발표를 한다. 서울 여의도와 용산을 ‘통 개발’하겠다는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이었다. 시장에서 박 시장의 발표를 ‘싱가포르 선언’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시 내림세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박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 이후 급등하기 시작했다.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 가격은 단숨에 2억∼3억 원이 뛰었다. 그 여파가 마포구 등 주변으로 확산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7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박 시장의 싱가포르 선언이 중앙정부와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 시장의 발표에 대해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 시장도 “도시계획은 서울시장 권한”이라며 맞섰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불협화음은 그대로 서울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줬다. 결국, 박 시장은 7주 만에 계획 보류를 발표했고 싱가포르 선언은 그렇게 ‘7주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이 짊어져야 했다. 당시 용산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던 기자의 한 지인은 “집 주인이 갭투자로 7채의 집을 보유한 전형적인 ‘투기꾼’이었는데,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자산이 그냥 10억 원 가까이 늘었다고 좋아하더라”며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그 이후 지지하던 정당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6년 전의 일이 또 반복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에는 금융 당국의 혼선에 정부의 정책 실기까지 더해졌다. 부동산 가격이 심상치 않은데도, 정부는 서민이 받을 타격이 우려된다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을 늦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말 한마디에 은행들은 무려 22차례나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이후 이 원장은 “은행들이 손쉽게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줄이고 있다”며 “은행에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관치금융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금융위원회가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고삐가 풀렸고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었다.
좁은 국토의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34평) 아파트가 60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에 서민들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라며 경악한다. 강남 지역을 ‘강남 특별구’로 떼어 놓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 그 위화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그 휘발성과 폭발력 또한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은 매우 정교하고 신중해야 한다. 부동산과 직결되는 금융정책 역시 부처 간, 또 당국자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한다. 그래야 시장 참가자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금융은 실물경제를 조율하고 움직이는 최후의 단계다. 금융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흔들리게 되면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금융 당국자들의 일사불란한 팀워크가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