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 분위기는 집 안에 가득 찬 기름 냄새로 고조된다. 기름을 듬뿍 두른 번철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것은 역시 동그랑땡이 최고다. 동그랑땡? 이렇게 예쁘고 재미있는 이름이 또 있을까? ‘동그랑’은 모양을, ‘땡’은 소리를 가리키니 모양과 소리로만 만들어진 단어이다. 이 단어가 사전에도 올라 있으니 어엿한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 음식은 동그랗기는 하지만 ‘땡’ 소리가 나지는 않는데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동그랑땡을 이해하려면 돈저냐를 알아야 하고 돈저냐를 알려면 저냐를 알아야 한다. 저냐는 얇게 저민 고기나 생선 따위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 푼 것을 씌워 기름에 지진 음식이다. ‘저냐’라는 단어가 지극히 낯설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한자어 ‘전유어(煎油魚)’나 ‘전유화(煎油花)’의 발음이 변해서 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엽전 크기와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앞에 ‘돈’을 붙여 ‘돈저냐’가 된 것이다. ‘돈저냐’의 돈은 돼지를 뜻하는 ‘돈’이 아니다.
‘땡’은 왜 쓰였을까? 동전을 바닥에 던져보라.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우리 조상들은 ‘땡’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생긴 건 동그랗고, 던지면 ‘땡’ 소리가 나는 엽전을 ‘동그랑땡’이라는 별칭으로 불렀던 것이다. 실제로 1960년대의 신문을 보면 ‘동그랑땡 사정이 안 좋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는 말이다. 엽전을 가리키는 귀엽고 예쁜 말이 음식을 가리키는 말로 진화한 것이다.
다진 고기에 두부나 채소 등을 섞어 달걀을 두르고 지져 내는 음식은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맛도 맛이지만 양을 늘리는 방법도 되니 귀한 고기로 만든 음식을 여럿이 맛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걸 담양에서 만들면 떡갈비가 되고 서양에서 만들면 햄버거가 된다. 동그랑땡은 부치자마자 하나 얻어 입에 넣고 ‘허허후후호호’ 하며 먹어야 맛있다. 그리고 음식이 아닌 돈을 먹는 셈이니 더 맛있게 느껴야 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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