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 국제부장

해리스 “투자 장려로 경제 강화”
트럼프 “세금과 규제 낮추기”
미 경제 살리기 위한 정책 경쟁

누가 이기든 한국 기업엔 부담
미·중 공급망 전쟁 설상가상
한국 정치는 불확실성 부추겨


올해는 선거의 해로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이 치러지고 있다. 그중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두 달도 안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다. 이러한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언론은 물론 외신들이 집중 보도하는 내용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미국민의 삶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제 향방과 기업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각국 선거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정치 세력에 패배를 안기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경제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온건 성향의 조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급진파로 평가받는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경제정책을 우클릭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정책을 상당 부분 승계하기로 했지만, 일부 경제정책에서는 보다 시장 친화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포츠머스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벌면 장기 자본 이득세율은 28%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자본이득세율인 20%보다는 높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3월에 밝혔던 39.6% 인상계획보다는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환경 논란을 낳고 있는 프래킹(셰일가스 추출 수압 파쇄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1%에서 28%로 인상하는 안은 유지하되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세금 공제액은 5000달러에서 5만 달러로 10배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추진해온 반도체지원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기업 친화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35%에서 21%로 낮춘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세율은 미국 내 기업에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에 대해서는 1개의 규제가 새로 생길 때마다 규제 10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선 승리 시 정부 효율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기업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의 눈으로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개혁 권고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IRA가 외국 기업 지원에 세금을 쓴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달러를 버리는 나라에는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했다.

언뜻 보기에는 두 후보의 경제정책이 많이 달라 보이지만 그 밑에 흐르는 기조는 같다. 미국 기업을 살리고, 미국에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 내 공장을 세우고, 미국민 고용을 늘려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의도는 두 후보의 말에서 드러난다. 해리스 부통령은 “정부가 투자를 장려하면 광범위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그것은 우리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낮은 세금, 낮은 규제, 낮은 에너지 비용, 낮은 이자율, 안전한 국경, 낮은 범죄율을 약속한다”고 공언했다. 두 후보 모두 경제 살리기를 위해 과감한 우클릭도, 과격한 정책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누가 되든 한국 기업에는 리스크가 된다는 의미다.

두 후보의 행보는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쟁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기업 지원책 마련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우리 정치권과 비교된다.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경제에 신경 쓰는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야당은 경제보다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뻔한 각종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는 등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또, 여소야대로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여당 대표와 대통령 간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세금, 높은 규제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기는 어렵다. 미국 대선 리스크에 떠는 기업들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짐까지 안기면서 경제가 나아지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석 국제부장
김석 국제부장
김석

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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