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진보에 있으나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 이렇게 자평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19일 발인식을 거쳐서 영면에 들었다. 지난 15일 90세로 타계한 고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청주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58년 한국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1962~1972년 조선일보 정치부장·편집부국장, 1972~1977년 서울신문 편집국장·주필을 지냈다. 관훈클럽 총무를 맡기도 했다.

1979년 민주공화당 후보로 서울 강서구에서 제10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13대까지 내리 4선을 했다.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했고, 민주정의당 정책위의장을 두 번 역임하는 등 전두환 정권의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1986년 국방위 회식 때 술이 든 글라스를 뒷벽을 향해 던진 것으로 회자됐다. 육군참모차장이 여당 원내총무의 목 근처를 잡고 야당 총무 쪽으로 끌고 간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신군부 쿠데타의 주역들 앞에서 의기를 보인 것이었는데, 이로 인해 군 장성에게 얻어맞아 피를 흘렸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1994년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는 집필을 이어갔다. ‘양파와 연꽃: 체제 내 리버럴의 기록’(1992), ‘언론·정치 풍속사’(2004), ‘아주 사적인 정치 비망록’(2006), ‘남재희가 만난 통 큰 사람들’(2014), ‘진보 열전’(2016), ‘시대의 조정자’(2023) 등 다수의 저서를 남겼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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