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전인 1949년 10월 6일, 북한과 중국은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지 불과 닷새 만의 일이다. 이후 북·중 관계에는 수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6·25전쟁을 겪으며 ‘피로 굳어진 관계’는 계속됐다. 올해는 북·중 수교 75주년이자 ‘조·중(북·중) 우호의 해’다. 올해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신년 축전을 주고받았고, 교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때만 해도 북·중 간 상당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후 북·중 관계는 다수의 ‘이상 신호’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9일 시 주석은 북한의 정권수립일(9·9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냈는데 이 같은 개인적 교류는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이었다. 지난해 수차례의 개인적 교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1∼6월 북한에 쌀 571만3000달러(약 76억 원)어치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5339만2000달러)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밀가루 수출 역시 전년 대비 23%에 그쳤다. 이를 두고 한 북·중 관계 전문가는 “유의미한 움직임이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신경을 안 쓰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8년 다롄(大連) 북·중 정상회담 당시 해변에 새겨놓았던 양 정상의 발자국 동판도 없앴다. 최근 확인한 현장은 발자국 동판을 없애고 콘크리트로 덮은 위를 노란색 주차선으로 도색한 모습이었다.
공식 행사들에서 드러나는 이상 징후도 여럿이다. 9일 9·9절 경축 행사에 중국은 북한 주재 대사가 아닌 대사대리를 보냈다. 지난 7월에는 평양과 베이징(北京)에서 각각 북·중 우호조약 체결 63주년 기념 연회가 열렸으나 이에 대한 보도가 상당히 축소된 데다 참석자급도 낮아졌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75년의 시간 동안 북·중 관계에는 많은 ‘업 앤드 다운’이 있었다. 관계가 악화했다가 어느 순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화해하고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여러 번이다. 최근 북·중 관계의 이상기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북·러 관계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인데, 이러한 상황 역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 9일 시 주석이 9·9절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시 주석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북·중 관계를 대하겠다고 말했다. 속내는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북한과 결별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취할 전략이다. 정확하게 현재를 파악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우리 국익에 유리하게 ‘이용’해야 한다.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지난 4월 방북해 ‘조·중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했고, 관례대로라면 다음 달 6일쯤 베이징에서 폐막식 행사가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요즘 베이징 외교가에선 폐막식 행사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북·중 관계가 최악이라는 방증이 될 터다. 다음 달 6일 북한과 중국이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