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1위인 중국 CATL 회장의 충격 증언이 화제다. 지난해 중국에서 발생한 전기차·수소차 등 신에너지 차량의 화재 발생률이 1만 대당 0.96대나 된다는 것이다. 중국 내 전기차가 2500만 대에 달하니, 지난해 약 2400건의 화재가 발생했던 셈이다. 지난 1일 ‘2024 세계 배터리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한 공개 발언이어서 더욱 무게가 실린다. 그는 중국 전기차의 안전 문제도 고백했다. 많은 배터리가 고장률을 100만분의 1 수준이라고 하지만, 실제론 1000분의 1(0.1%)이라며 고(高)위험을 지적했다.
세계 각지에서 전기차 화재가 빈발하면서, 특히 중국 배터리의 안전성이 의문시되는 터여서 크게 주목된다. 전기차 포비아(공포)가 기우만은 아니라는 방증도 된다. 물론 그의 발언은 자신의 회사인 CATL 배터리는 안전하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중국 업체엔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게 분명하다. 올 상반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 10위권을 보면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을 뺀 나머지 6곳이 모두 중국 업체다. 중국을 뺀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국 배터리를 장착한 중국 전기차에도 걸림돌이 될 소지가 크다. 높은 안전성과 품질을 인정받는 K-배터리·전기차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조짐이 보인다. 벤츠 화재가 발생한 지난달부터 국내 전기차 판매실적은 현대차그룹과 해외 업체 간 명암이 엇갈렸다. 현대차는 7월보다 29.1%, 기아는 12.7% 각각 증가한 반면, 중국 배터리를 부분적으로 쓰는 해외 업체들은 대체로 부진해 전기차 판매 비중이 7월 20.9%에서 8월 18.5%로 줄었다. 현대차의 캐스퍼, 기아의 EV3 등 신차 효과가 컸다.
물론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상황인 만큼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마침 현대차-GM 동맹이 체결됐다. 미국·유럽 등에서 선전이 지속된다면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옥석 가리기가 확산할 게 분명하다. 미국에 이어 유럽이 관세 인상 등으로 중국 전기차 견제에 나선 것도 우호적인 변화다. 폭스바겐의 충격적인 몰락도 힘을 더할 전망이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교훈을 거듭 확인할 시간을 맞고 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