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지어진 집을 보면 주방에 딸린 작은 방이 있다. 이 방의 이름을 무엇이라 할까?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방을 ‘식모방’이라고 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말 그대로 남의 집에서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뜻하는 ‘식모’의 방이다. 식모의 주된 일터가 부엌이니 가까운 곳에 작은 방을 둔 것이다. 식모에게도 방 하나가 주어진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일을 가까이서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하라는 의미이니 썩 유쾌한 방은 아니다.

이런 방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안잠자기’, 나아가 이를 줄인 ‘안잠’을 만나게 된다. ‘안잠’은 집 안에서 자는 잠을 뜻하고 ‘자기’는 잠을 자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안잠자기는 단어의 구성 요소만 보면 집 안에서 자는 사람을 가리킨다. 식구 모두가 집 안에서 자는데 굳이 왜 이런 말이 만들어졌을까? 집안 식구가 아닌 이가 집안일을 도우면서 자신의 집에 가지 않고 자니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살림이 커서 남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집, 여유가 있어서 살림할 사람을 부릴 수 있는 집에서는 식모든 안잠자기든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다. 남의 식구이지만 가까이서 언제든 집안일을 도와주는 이니 고마워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그이는 집에 갈 수 없는 처지, 그래서 가족과 떨어져 ‘밖잠’을 잘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 배려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집 밖’이 아닌 ‘나라 밖’에서 잠을 자며 집안일을 도울 사람이 대거 이 땅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식모’라고만 여기지만 가사와 육아 전반에 도움을 주기를 바라면서 들이는 이들이다. 일손은 필요하지만 비싸다고 여겨질 수 있는 품삯을 주며 밖에서 들여야 하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이니 자녀들의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거는 이도 있다. 결국 나라 밖에서 안잠을 자게 될 이들에 대한 대접과 활용은 같이 잠을 잘 식구들의 몫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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