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주필

국정 동력 위협하는 尹 지지율
공무원 복지부동과 여권 분열
李 유죄 판결 땐 사생결단 불사

여론 악화 金여사가 취약 지점
최근 적극 행보로 여론 부메랑
사과·부속실·감찰관으론 부족


여론조사는 특정 집단의 특정 시기 생각을 찍은 스냅 사진이다.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잣대도,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지도도 아니다. 그러나 국가 지도자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지지율이 낮으면 국정 신뢰와 동력이 사라진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점을 찍었다. 한국갤럽의 정기 조사(9월 둘째 주)에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2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윤 대통령은 야속할 것이다. 오직 국민과 미래를 위해 거야 국회와 기득권층 반발을 무릅쓰고 ‘4+1 개혁’에 나섰는데, 정작 국민은 몰라주기 때문이다.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의대 증원과 관련, 최근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을 앞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서도 반대(41%)가 찬성(37%)보다 많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근원적 문제는 ‘정치인 윤석열’의 실패다. 간신히 대통령에 당선됐음에도 지지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왔다. 이준석·안철수와의 선거 연대 해체, 나경원 등 비윤 계열 내치기에 이어 한동훈 대표와의 불협화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지지율의 대반전이 없으면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과 야당 눈치 보기가 급속히 악화한다. 선거법 공소시효 만료(10월 10일) 뒤엔 여당 의원 행보가 더 자유로워지고, 미래 권력을 중심으로 한 원심력과 차별화 주장도 커질 것이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불난 집에 기름을 뿌리는 격이다. 온갖 튀는 정책·인사의 배경에 김 여사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 대통령 초청 모임에 함께한 김 여사가 어떤 언행을 했는지, 한남동 비선이 누구이며 어떤 자리를 노리는지 등에 대한 경험담을 비롯해 별의별 얘기가 필자 귀에도 들린다. 야당의 정치 공세 이전에 여당 인사들 사이에도 김 여사가 국정에 직간접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생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행보는, 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1심 판결이 나오는 10∼11월에 변곡점을 맞는다. ‘탄핵 촛불’ 장외 투쟁 포석도 곳곳에 깔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전후한 11월 위기설까지 나돈다. 이 대표는 취약한 고리부터 때릴 것이다. 김 여사 문제다. 실체적 진실이나 사법적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여론이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김건희특검법’이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2년 전에 ‘김 여사 목에 방울 달기’(2022년 9월 19일 자 시론) 칼럼을 게재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은 김여사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이를 정치적 스토킹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진짜 문제는 문제 그 자체보다 대응 방식’임을 지적했었다. 김 여사 문제는 언터처블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윤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들을 수 있는 ‘방울’을 달지 않으면, 사소한 약점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행히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 김 여사는 최근 명품백 문제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에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는 와중에 행보를 적극화했다. 감사원도 관저 공사 비위와 관련해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줬지만, 여론은 악화일로다.

김 여사는 전두환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구설에 가장 많이 시달린 영부인에 속한다. 이 여사의 삼촌도 연루된 장영자 사건이 권력형 스캔들로 번지고, 그러지 않아도 정통성이 약했던 전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됐을 때의 생각을 이렇게 남겼다. ‘당신이 대통령 끝나실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따로 헤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말로 이혼 아니 목숨이라도 끊고 싶은 심정이었다.’(이순자 자서전 335쪽)

김 여사가 한국의 힐러리 클린턴을 꿈꾸더라도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남편과 윤 정부와 나라를 위하는 길인지 심사숙고할 때다. 윤 대통령도 직접 나서긴 힘들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인의 ‘미전향’ 문제에 대해 “아내와 이혼하란 말인가”라며 방어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김 여사 스스로 방울을 다는 게 최선이다. 이제는 대국민 사과나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도 진정성만 있으면 아직 방법은 많다. 더 늦어지면 시도할 기회조차 날아간다. 실정법은 물론 국민정서법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한다.

이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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