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고, 국민 대다수도 지지하는 해묵은 국가적 정책 과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가 이런 필요성과 지지만 믿고 개혁을 시작한다면 과연 성공할까? 십중팔구는 실패한다. 혁명보다도 더 성공하기 어려운 게 개혁이기 때문이다.
개혁이 어려운 데는 최소한 두 가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개혁은 죄다 파괴하는 혁명과 달리, 성한 것은 놔둔 채 잘못된 부분만 바꿔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우선, 환부만 도려내면 그만인 단순한 개혁 의제는 별로 없다. 게다가 얼핏 단순해 보이는 문제도 일단 손을 대면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의료개혁의 경우,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서 시작된 갈등이 전공의 이탈, 간호사 파업, 응급실 인력 부족 사태 등 일파만파 번져갔다. 결국, 정부는 2026학년도 이후의 증원에 대해서는 물러섰지만, 의료계는 이미 수시 지원이 시작된 2025학년도 증원도 철회를 요구하며 정부를 진퇴양난 궁지로 내몰았다.
둘째 어려움은, 개혁 지지 세력과 개혁 반대 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이다. 개혁의 수혜자들은 기껏해야 미온적인 지지자에 그친다. 개혁은 일종의 집합재이기 때문에 개혁에 기여를 하든 하지 않든 혜택을 누린다. 따라서 지지자들은 개혁 반대 세력의 분노를 무릅쓰면서까지 개혁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만을 기다린다. 반면,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은 숫자는 적지만 바로 그 때문에 더 똘똘 뭉쳐 개혁에 반대한다. 목전의 의료개혁을 봐도 의료계 전체가 하나가 돼 정부에 맞서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개혁가에게는 전략적 사고와 선택이 필요하다. 개혁의 성패는 주어진 개혁 환경 속에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순서로 또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 등에 의해 좌우된다. 개혁의 목표가 광범하면 할수록 더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실패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큰 문제부터 시작할지 아니면 작은 것부터 시작해 더 큰 이슈로 나갈지 순서도 정해야 한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서둘러 몰아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추진할 것인지 선택이 필요하다. 이 문제와 관련해 고(故)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는 ‘점진적 전략’(Fabian strategy)과 ‘전격전 전술’(Blitzkrieg tactics)을 결합할 것을 권고했다. 여러 개혁 의제를 한꺼번에 다루면 각기 다른 이유에서 개혁에 반대할 세력들을 뜻하지 않게 결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한 번에 한 의제만 다뤄 반대 세력들을 각개 격파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각 의제를 처리할 때는 번개같이 내리쳐 반대자들이 저항할 힘을 동원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정부가 4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에 성공하려면, 개혁은 지극히 어렵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치밀한 전술·전략을 짜야 한다. 뜻이 좋고 필요와 지지가 있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필수·지역 의료를 강화해 전국 어디에 살든 어떤 병이 걸렸든 국민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무슨 큰 문제가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의정 갈등 사태는 잘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