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배 체육부장

프로야구 관중이 42년 만에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810만 명에서 1년 새 200만 명 이상 급증했다. 반갑고도 놀라운 일이다. 유튜브와 밈 등 SNS와 결합된 20대 여성층의 대거 유입이 흥행의 1등 공신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자고 나면 바뀌는 엎치락뒤치락 순위 경쟁도 한몫했다. 1만3000원(평일 일반석 기준)의 비용으로 ‘야외 노래방’에서 치맥을 먹으며 3시간 즐길 수 있으니 가성비도 단연 최고다. 전 세계에 챌린지 열풍을 일으킨 이른바 ‘삐끼삐끼춤’의 히트로 대표되는 치어리더 응원과 선수 개개인을 위해 만들어진 응원가,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스케치북 응원 등 응원문화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감독 겸 4번 타자를 하면서 타율 4할 1푼 2리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1983년 재일교포 출신의 투수 ‘너구리’ 장명부(삼미)는 단일 시즌 30승을 달성했다. 깨질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이런 기록들이 초창기 우리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42년 동안 대형 스타들을 탄생시켰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2008년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이 일본과 한국의 실력 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다(まったくない)”라고 답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2024년 9월 현재 1000만 흥행의 이유로 한국 프로야구의 실력 향상을 얘기하는 전문가는 없다.

올해 1위부터 10위까지 팀 간 게임 차가 줄어들며 촘촘해진 것은 실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하향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고 하는데, 특히 투수력의 저하는 심각하다. 야구인들 사이에 회자되는, ‘막장 경기력’의 가장 유의미한 지표로 분류되는 경기당 투수교체(18일 기준)는 4.88명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들어선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이를 보여주듯 구원투수 평균자책점은 올해 5.16으로 같은 기간 내 가장 높았다. 지난 7월 31일 두산이 KIA를 30-6으로 대파한 경기가 있었다. 27년 만에 나온 역대 한 경기 최다 점수 외에도 두산은 14볼넷을 얻어냈다. ‘동네야구’에서나 나올 기록들이다. 올해 투수의 이닝당 실점(7722)에서 투수의 자책점(6949)을 뺀 수치(연간환산치)도 1.07로 역대 가장 높다. 수비도 투수를 역대급으로 받쳐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올해 프로야구의 실책은 1039개. 2021년부터 1000개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KIA가 실책 137개로 1위다.

극적인 경기는 재미있다. 드라마에서도 막장 시나리오는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 그러나 자극적인 부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막장’이 된다. 일각에서는 1000만 관중에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구가 안 되는 투수들, 기본기를 망각한 실책은 프로야구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흥행에 MZ세대의 도움이 컸다. 그러나 MZ세대는 유행에 민감하다. 경기력이 떨어지면 언제든 외면할 수 있다.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체육부장
방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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